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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5 (화)

"지역 살리자"던 정치공항 줄줄이 '적자'인데…"또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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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정치공항 잔혹사(下)

[편집자주]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국제기구 권고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짧은 활주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등 무안국제공항의 허술한 관리가 사고 원인 조사를 계기로 속속 드러난다. 부실한 시설 운영 실태는 무안공항을 넘어 상당수 지방공항에서 발견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정치적 논리에 따라 건설된 '정치공항'이라는 점이다. 선심공약의 산물로 생긴 정치공항은 안전성이나 경제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과 나눠먹기로 전락한 국내 공항의 상황을 집중 점검해본다.



만성적자 면치 못하는 '정치공항'…책임은 정부 몫

2000년대 들어 선심성 공약으로 지어진 '정치공항'은 억대 손실을 내는 만성적자 공항으로 이어졌다. 정확한 수요 예측과 사업성 평가 없이 지역개발이란 명분만으로 무리하게 추진된 결과다. 정치적 논리가 만들어낸 공항의 손실은 고스란히 정부 부담으로 쌓이고 있다.

30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5개 공항 중 흑자를 낸 곳은 단 4곳이다. 인천국제공항이 5325억원으로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제주국제공항(606억원), 김해국제공항(369억원), 김포국제공항(36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1개(광주·군산·대구·무안·사천·양양·여수·울산·원주·청주·포항) 공항은 적자를 냈다. 이중 대구공항을 제외한 10개 공항은 2014년부터 10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다.

이들 대부분은 2000년대 들어 추진되거나 개항한 정치공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적 논리가 경제적 타당성을 이긴 공항들의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개항 후 한 번도 흑자 못 낸 무안·양양공항…울산공항은 10년째 100억대 손실

특히 지난달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2023년 적자 규모가 253억원으로 가장 컸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손실을 낸 공항도 무안공항(-1161억원)이다.

사업시행 전 무안공항의 수요는 연 992만명으로 예측됐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부풀려진 수치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004년 '공항확충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발표'에서 "무안공항은 B/C값(비용 대비 편익) 산정시 고려되지 않는 공항임대 수익까지 포함시켜 산정했다"며 개항과 착공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무안공항 건설 당시 B/C는 1.45로 예상됐으나 감사 결과 0.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무안공항은 2007년 문을 열었고 2023년 이용객 수는 최초 수요예측치의 2%인 23만2760명에 그쳤다.

무안공항 다음으로 영업손실이 큰 공항은 양양국제공항(-211억원)이다. 최근 5년간 실적(-959억원)도 무안공항 다음으로 좋지 않다. 국비 3500억원이 투입된 양양공항은 연간 항공기 4만3000여대, 승객 300만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개항 첫해인 2002년 이용객은 21만7000여명에 그쳤다.

개항 이듬해인 2003년에는 19만4539명, 2004년에는 11만43242명으로 더 줄었고 2007년에는 3만5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2008년 6월부터는 14개월 동안 비행기가 한 대도 뜨고 내리지 않아 '유령공항'으로 전락했다. 2009년 이용객은 역대 최저인 3066명 수준이었다. 무안공항과 양양공항은 각각 2007년, 2002년 개항 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못 냈다.

상대적으로 배후수요가 많은 영남권 공항도 상황은 비슷하다. 울산공항은 2014년부터 10년 동안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영엽손실은 195억원으로 무안·양양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 2009년 울산공항 이용객은 50만8000여명에 달했지만 2010년 KTX 울산역 개통 이후 2011년 공항 이용객은 29만명대로 급감했다.

이용객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 인근 대구통합신공항(TK신공항), 가덕도신공항까지 개항을 준비하자 울산시는 2021년 울산공항 폐지 검토했지만 별다른 방안을 찾지 못했다.

◇국비로 짓고 국비로 살린다…재정 투입에도 '소생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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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성적이 저조하다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양공항이다.

국가경제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재정지원사업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용역에 따르면 2008년 3000만원이던 지원액은 이듬해 3억2300만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2010년 9억2900만원, 2012년 13억3380만원으로 점차 늘어나더니 2014년에는 57억5200만원까지 상승했다. 강원도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운항장려금과 손실보전금 명목으로 지원한 금액은 약 140억원이다.

양양공항을 근거지로 둔 플라이강원이 설립되면서 지원 규모는 더 커졌다. 강원도는 2018년 '강원도 도내 공항 모기지 항공사 육성 및 지원 조례'를 만들어 지역 내 항공사에 대한 지원을 전국 최초로 명문화했다. 2019년 3월 플라이강원이 정식 출범하자 강원도는 조례에 근거해 운항장려금 9억9000만원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3년간 총 145억원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플라이강원은 살아남지 못했다. 2023년 양양군도 20억원을 급하게 투입했지만 플라이강원은 양양군 지원금을 받은 직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했다. 정치적 논리로 문을 열고 세금으로 운영된 정치공항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위닉스에 인수된 후 상호를 '파라타항공'으로 바꾸고 운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공항건설은 정치적 논리와 연계돼 왔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소멸 방지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누구 하나 쉽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사업인 것도 맞다"며 "지방 적자공항들은 지난 20년간 공항 건설이 하나의 '뉴 노멀'로 자리잡은 우리나라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실운영·경영난에도…'정치공항'은 여전히 진행 중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3차 입찰 및 우선 시공 발표에 따른 국토부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3차 입찰이 자연생태를 파괴하고 수도권 대기업에 기회를 몰아준다고 주장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2024.7.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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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항 상당수가 만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신규 공항 건설사업을 또 추진한다. 지역논리를 앞세운 '정치공항'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항 건설이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신규 건설보다 항공 운항 등 전반적인 운영 매뉴얼을 재검토할 때라고 조언한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공항은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제주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 총 8곳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검토 중인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까지 포함하면 총 10곳에 달한다.

◇예상 여객 수요 100만명 불과해도…국비로 일단 짓는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 들어서는 가덕도신공항은 총 13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다.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한꺼번에 이전하는 TK신공항도 최근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군 공항 이전 비용은 11조5000억원, 민간공항 건설 비용은 2조5768억원이다.

제주 제2공항은 기존 제주국제공항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짓는 신공항이다. 사업은 1, 2단계로 나눠 진행되는데 1단계 사업비만 5조4532억원이다. 항공 여객 수요는 기존 제주국제공항까지 합해 제주지역 전체 4108만명이다.

예상 여객 수요가 100만명대에 불과한 소형 공항 건설도 추진된다.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된 새만금국제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사업비 8077억원을 투입해 짓는다. 예상되는 여객 수요는 2058년 기준 105만명이다. 울릉공항은 8067억원, 흑산공항은 1833억원 지원이 예정됐다. 2050년 기준 두 공항의 여객 수요는 각각 111만명, 108만명이다.

백령공항과 서산공항의 여객 수요는 50만명을 밑돈다. 2018억원이 투입되는 백령공항은 2059년 3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산공항은 기존 공군 활주로를 활용해 사업비가 484억원으로 적지만 예상되는 여객 수요는 2058년 45만명에 불과하다.

지자체도 가세했다. 경기도에서는 경기국제공항 건설 논의가 한창이다. 반도체 항공 화물이 95%에 달하고 용인, 수원, 평택, 이천 등 반도체 기업의 70%가 경기남부에 몰려있는 만큼 이 지역에 공항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경기국제공항 후보지로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 일대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등 3곳을 자체 발표했다.

◇지역 주민도 반대하는 지역 개발 사업…"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때"

문제는 지역 내에서도 찬반이 갈릴 정도로 신공항 건설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무안공항 참사를 계기로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국내 대표적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 들어서는 가덕도 신공항은 계획 초기부터 조류 충돌 문제가 거론돼왔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의 연간 조류 충돌 횟수(TPDS)는 최소 4.79998에서 최대 14.74003이다. 무안공항의 예상 조류 충돌 횟수는 0.07225다.

새만금공항은 더욱 심각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새만금공항의 TPDS는 최소 9.45467에서 43.02930에 달했다. 이에 가덕신공항반대시민행동과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공항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국제공항도 후보지 주민들 반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후보지 중 하나인 화성시에서는 이번 사업을 수원군공항 이전 사업과 연결지어 보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2017년 화성시 화옹지구를 수원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화성시 반대로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화성지역 시민단체는 '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해 집단 반대에 나섰다.

전문가 반응도 부정적이다. 한 항공 관련 전문가는 "재검토가 필요한 공항들이 굉장히 많다. 새만금공항 같은 경우 호남지역에 인구 대비 공항이 매우 많은데 여기에 또 공항을 지으면 과연 수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고 경기남부 역시 청주공항이 흡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데 무조건 새로운 공항을 짓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년 동안 일단 공항을 지으면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란 논리가 틀렸다는 게 증명됐다"며 "고속도로, 고속철도 등 지역 접근성을 개선시키는 다양한 개발이 이뤄진 만큼 이를 활용한 기업 유치, 지역 관광 활성화 방안을 먼저 검토해 역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도 "인구 밀집도가 수도권과 대도시권 중심으로 정비 돼 있는데 지방 수요를 공항으로 떠받치겠다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공항만으로 늘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정치권에서 막연한 믿음을 심어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항공 전문성 필요없다"...공항公 사장 자리는 '권력 나눠먹기'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김포국제공항 관제탑 전경/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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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전국 14개 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공기업 기관장으로 임명된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 윤형중 전 사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퇴진 압박성 감사를 받아오다 지난해 4월 돌연 사퇴하면서 8개월째 사장실 불이 꺼져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대통령실 관리비서관과 국토교통부 1차관을 지낸 김오진 전 차관이 '취업 승인' 결정까지 받았지만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둘러싼 각종 불법 의혹으로 낙마했다. 다른 공기업보다 공항공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장을 압박해 내보내고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과 같은 권력기관이 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놓고 경쟁적으로 지분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인다. 30일 머니투데이가 공항공사 역대 사장 출신을 따져봤더니 경찰 출신이 4명, 군 3명, 국정원 2명, 정치인 2명, 국토부 관료 1명, 내부 출신 1명 순으로 집계됐다.

권력기관들은 공항의 보안 업무 특성상 저마다 자기 조직의 산하기관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게 국토부 안팎의 전언이다. 비전문가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다 보니 '안전 리더십'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8~2024년 전국 14개 공항 중 7개 공항에서 총 18차례의 시설 누수가 발생했는데 절반(9건)은 관제탑·관제송수신소에서 물이 샌 것으로 드러나 자칫 관제 마비 사태로 이어질 뻔했다. 무안국제공항의 경우 지난해 관제탑 1층 휴게실과 벽체에서도 누수가 발견됐다.

공항공사 사장직을 정치 경력 공백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낙선 이듬해인 2013년 10월 사장에 임명됐는데 다음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놓고 자진 사퇴했다.

유일한 내부 출신인 성시철 전 사장은 경찰 출신인 이근표 전 사장이 골프연습장 임대료·임대업체 선정을 둘러싼 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영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낙하산 사장들에게 공항 안전과 경영을 맡긴 성적은 낙제 수준을 면치 못했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역대 가장 저조한 'D등급'을 받았다. 일대 쇄신이 불가피함에도 사장 공석 탓에 비상경영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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