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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양자컴, 한국은 늦었다?…예상 깬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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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돈되는 양자컴(上)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을 이을 차세대 기술로 '양자컴퓨팅'을 주목하면서 관련 기술·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젠슨 황이 "수십 년"으로 내다봤듯 상용화까지 갈 길은 멀지만, AI 다음의 투자처를 찾는 돈의 흐름은 이미 '쏠림'이 뚜렷하다. 과학계와 투자자들의 목소리로 양자컴퓨팅 기술의 가능성과 지금의 한계를 살펴보고, 양자컴퓨팅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의 자세를 평가한다.



"양자컴은 진짜 '돈'이 된다…단, OO만 갖춰진다면"

① 글로벌 투자계·세계 최초의 QPU 상용화 기업이 바라보는 '양자컴의 가능성'

조지오스 코파스 HSBC 양자기술그룹 혁신 및 벤처 선임 연구원 (왼쪽), 마티스 리즐라스담 퀀트웨어 CEO (오른쪽) /사진=HSBC, 퀀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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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시장의 흐름을 방관하는 것보단 가능성을 탐색하는 게 전략적으로 덜 손해(less risky)다."

조지오스 코파스 HSBC 양자기술그룹 혁신·벤처 선임 연구원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터(이하 양자컴)가 한계에 봉착한 것처럼 보여도 상업화 가능성은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를 포함해 글로벌 은행의 양자기술 R&D(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이미 시작됐다"면서 "양자컴이 금융권에 가져올 잠재적 효과는 수백조원대"라고 전망했다.

구글이 지난해 말 기존 컴퓨터로는 10자 년 걸리는 계산을 5분 만에 끝낼 수 있다는 양자컴 윌로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양자컴 관련주의 주가는 급등했다가 1개월 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의 한마디에 곤두박질쳤다. 최소 10년은 내다봐야 하는 차세대 기술인만큼 누구도 확실한 상업성을 보여줄 수 없다는 측면에서 혼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황 CEO가 양자컴 상용화에 의문을 제기한 근거는 '실용성'이었다.

대학연구소에서 출발해 설립 6개월 만에 세계 최초로 상용 QPU(양자 프로세서·Quantum Processor Unit)를 내놓은 네덜란드 기업 '퀀트웨어(QuantWare)'의 마티스 리즐라스담 CEO 역시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연구 성과의) 난제 해결력보다 실용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즐라스담 CEO는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는 학술지 논문은 경제적으로 의미가 없다"면서 "양자컴이 아무리 고전 컴퓨터보다 빠르게 문제를 풀 수 있어도 양자컴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자본·공간 제약이 '실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면 실용적 규모로 간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양자컴의 경제적 잠재력을 100% 구현하려면 먼저 QPU 대량생산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이것이 양자컴 상용화의 핵심"이라고 했다.

실용성에 맞춰 양자컴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글로벌 전문가들의 견해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도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주도로 내년 첫 50큐비트급 양자컴을 내놓을 계획이다. 양자컴의 효과 입증과 수요 발굴이 목표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고전컴퓨터와 양자컴의 '중간다리'가 될 양자컴 에뮬레이터를 개발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양자컴이 개발되기 전까지 돈되는 양자컴 에뮬레이터 시장부터 선점한다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 양자컴 시장, 늦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②양자컴 상용화 "수십 년 걸린다"는데…'지금' 주목할 이유

마티스 리즐라스담 퀀트웨어 CEO(최고경영자) /사진=퀀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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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꿈의 기술'에 머물러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양자컴퓨터 업계는 "(양자컴)이 가야 할 방향을 찾았다"고 본다. 구글과 IBM이 아니더라도 나름의 생존법은 나왔다. 내년 첫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내놓을 계획인 우리나라도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시각이다.

2021년 세계 최초로 상용 QPU(양자 프로세서)를 내놓은 퀀트웨어는 본격적인 확장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마티스 리즐라스담 퀀트웨어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단독 인터뷰에서 "단일 QPU에 100개 이상의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큐비트 확장 플랫폼 'VIO((Vertical Intgration Option)'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QPU는 '양자컴의 두뇌'로 불리는 부품으로 양자컴의 단위인 큐비트를 계산하는 처리장치다. 20큐비트 QPU는 2의 20승에 해당하는 연산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뜻이다. 큐비트 개수가 많을수록 양자컴의 계산 성능이 우수하다고 본다.

퀀트웨어가 개발중인 VIO는 납작한 칩을 아파트 쌓듯 수직으로 층층이 쌓는 3차원 형태의 QPU 기술이다. 공간을 적게 쓰면서 큐비트 수는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퀀트웨어는 지난해 첫 버전 'VIO-176'을 내놨다. 리즐라스담 CEO는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범위 내에서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며 "VIO를 양자 산업의 스탠다드로 만드는 게 퀀트웨어의 목표"라고 밝혔다.

◇"양자컴은 '돈 되기 위한' 기술…한국, 늦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머니투데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 중인 50큐비트 초전도 양자컴퓨터 모형 /사진=표준연


우리나라의 경우 자체 QPU를 생산해 판매하는 양자 기업은 아직 없다. 전반적인 R&D도 상업적 수요가 아닌 연구 수요에 초점을 맞춘 형태다. 다만 연구 수준이어도 퀀트웨어 등 해외 QPU 기업에 버금가는 제작 기술은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 주도로 제작해 2026년 가동할 예정인 50큐비트 초전도 양자컴에는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장)가 이끄는 연구팀이 자체 제작한 QPU가 들어간다. 정 교수는 "IBM 등 거대 기업과 비교할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목표와 수요에 적합한 형태"라고 했다.

50큐비트 초전도 양자컴이 완성되면 국내 연구기관, 대학·기업을 위한 연구 인프라로 제공된다. 이용호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해외 대기업이 1000큐비트급 양자컴을 시도하는 와중 한국은 겨우 50큐비트급 연구용 양자컴을 내놓는다고 해서 우리가 늦거나 부족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자컴 초기 시장이 결국 '적합한 수요'를 찾기 위한 전쟁'이 될 것으로 봤다.

이 단장은 "양자컴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지만 양자컴의 효과를 제대로 입증한 사례는 아직 없다"며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지금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정확한 수요를 발굴하는 게 첫 번째이며, 최고급 성능은 아니더라도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이 부담 없이 접근할만한 양자컴이 국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양자컴은 결국 '돈이 되기 위한 기술'"이라며 "당장은 우리가 (해외에) 팔 수 있는 게 없더라도 머지않은 미래엔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수요 맞춤형 양자컴'을 한국 기업이 앞다퉈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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