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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3 (일)

슬로바키아, '가스 수송 중단' 우크라와 대립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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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우크라, 자국 주재 대사 초치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AP/뉴시스] 지난 24일(현지 시간)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로베르토 피초 총리의 포퓰리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모여 휴대전화 조명을 켠 모습. 202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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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송 중단을 기점으로 슬로바키아와 우크라이나 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외무부는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슬로바키아 반정부 시위 지지 발언과 관련해 전날(29일)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했다.

구체적으로 슬로바키아 외무부는 미로슬라프 카스트란 주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대사를 불러, 우크라이나가 자국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 및 우크라이나 정부가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를 "러시아 선전에 중독된 인물"이라고 비판하며 그의 퇴진 촉구 시위를 지지한 데 대한 대응 조치였다.

현재 슬로바키아 국민 10만 명은 지난 24일부터 "슬로바키아는 유럽이다" "우리는 러시아와 협력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구호 아래 전국 30개 도시에서 로베르트 피초 총리 퇴진 촉구 시위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은 피초 총리의 친(親)러시아·반(反)미국 행보 및 우파 포퓰리즘 정책을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슬라바는 모스크바가 아니며, 슬로바키아는 유럽"이라는 글을 올리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피코 총리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구매한 것을 강력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에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로 선택했으나, 피초 총리는 그렇지 않았다"며 "그는 미국과 다른 상업적 조건으로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파트너들보다 러시아를 선택했다. 이는 그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도 성명을 내어 피초 총리가 "피초는 슬로바키아 내 신뢰가 추락하고 친러시아 노선에 대한 시위가 벌어지자 적을 찾아 나섰고 그 적을 우크라이나에서 찾았다"며 "그는 러시아의 선전에 중독됐다"고 힐난했다.

이에 피초 총리는 지난 28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슬로바키아의 적"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이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우크라이나 외무부도 이날 자국 주재 슬로바키아 대사인 파벨 비즈달을 초치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내어 "피코 총리가 현재 크렘린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 공화국의 EU 가입을 무시함으로써 비논리적인 행동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슬로바키아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의존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EU와 그 회원국들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원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에 반하는 행위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국민에 대한 테러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양국의 갈등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1일자로 자국을 경유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송을 50년 만에 중단하면서 심화됐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2019년 마지막으로 체결했던 5년짜리 가스관 사용 계약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막겠단 명분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슬로바키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비판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전체 수요의 3분의 2에 달하는 연 30억bcm(1bcm=10억㎥)을 공급받고 있었다.

이에 친러시아 성향의 피초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조치로 슬로바키아의 에너지 비용이 커졌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원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줄이겠다고 위협했다.

피초 총리는 지난해 12월 22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가스 공급 문제 등을 논의하는 등 서방과 어긋난 행보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EU 정상이 크렘린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세 번째였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피초가 미국산 가스 구매를 거부한 것은 그가 미국과 서방 동맹국보다 러시아를 선호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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