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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비상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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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27일. 117년 만의 11월 폭설로 항공편 지연과 취소가 속출하며 공항은 마비를 겪었다. 모 항공사 카운터 대기 줄은 아수라장이었다. 지연 끝에 결항 통보를 받고 항공권 환불 또는 변경 안내를 받으려는 승객들과 출국을 앞두고 카운터를 방문한 승객들로 뒤엉켰다. 해당 항공사 직원은 "저녁 시간대라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직원들이 부족하다"는 해명과 함께 "고객센터에 전화해 안내받으라"고 고지했다. 그러나 고객센터 전화는 다음날 오전까지도 문의 전화가 빗발치면서 불통이었다.

#2. 제주항공 참사의 아픔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난 28일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기내 비상탈출 경위를 놓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측은 "기장은 2차 피해 없도록 유압·연료 계통 즉시 차단 후 비상탈출을 선포했다"고 하지만, 일부 탑승객들은 승무원의 화재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비상 상황에 따른 불편 때문에 항공사에 대한 신뢰를 거두는 승객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폭설이 예고된 상황에서 인력 보충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건 아쉽다. 선후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원론적인 답을 내놓은 에어부산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승객들은 각자도생에 내몰린다. 공항에서 겪은 이런 경험들은 항공사에 대한 불신과 불안으로 남는다.

에어부산 사고에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잇따른 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LCC(저비용항공사)에 대한 과도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생명이 걸린 안전 문제 앞에서는 이러한 우려는 무색하다. 왜 신뢰를 잃었는지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게 먼저다.

이달 초 진에어의 김포발 제주행 항공편이 공기압력 계통에 문제가 발견돼 2시간 운항이 지연됐으나 승객들이 항의 대신 박수를 쳤다고 한다. 항공사 지상직 직원이 "지금 안전하게 승객들을 모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충분히 상황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게 정말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사고 경위와 대응 상황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신뢰를 잃은 뒤에는 매뉴얼대로 했다 해도 믿질 못한다.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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