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고령층 구직자가 취업지원제도 특강을 듣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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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사는 A씨(61)는 비디오 대여점, 자판기 사업 등에 손을 댔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다 2021년 간경화로 간 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더는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1300만원의 카드빚은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3600만원이 됐고, 이를 갚을 길이 없어 지난해 7월 파산 신청을 했다.
고금리에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빚을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노인 파산’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고, 한번 파산한 후 다시 파산을 신청하는 어르신들도 늘고 있다. 사회적으로 노인 부양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는 더욱 활력을 잃게 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옥 기자 |
30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자 10명 중 4명 이상(43.4%)이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청자 3만9993명 중 60세 이상이 1만7370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5년간 파산 신청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1%에서 35.2%→38.4%→41.3%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저출생ㆍ고령화 흐름을 고려하면 파산자의 절반이 60세 이상인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고령일수록 한번 경제가 파탄 나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개인파산ㆍ면책을 신청한 후 다시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도 느는 추세인데 특히 60세 이상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0년 43.1%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54.3%를 기록했다. 4년 새 11.2%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서울회생법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주된 파산 원인은 사업 실패 혹은 사업 소득 감소(47.4%), 실직 또는 근로 소득 감소(45.9%), 생활비 지출 증가(44.7%) 등이다.
김영옥 기자 |
결국 빚을 못 갚아 채무조정 절차를 밟게 된 서민 규모도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특히 60세 이상의 채무조정은 4년 새 83%나 증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신용회복위원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채무조정 확정자 수는 17만4841명이다. 이 중 60세 이상 확정자는 2만5949명으로 2020년 대비 82.6%나 늘었다.
하지만 수출ㆍ소비 둔화에 내수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데다 미국의 매파적(긴축 선호) 금리 동결로 한국의 금리 인하 여력은 더 줄어든 상태다.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 될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극한 정치 대립에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60세 이상의 부채가 너무 많고 빈곤율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단기적 처방을 내리긴 쉽지 않다”며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을 활성화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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