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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고성능' 딥시크 쇼크에…뒤쫓던 애플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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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챗본 R1', 美 오픈AI 개발 비용의 '10분의1' 수준
첨단 AI칩 없이도 GPT와 성능평가 비등, 전세계 충격
수요감소 우려 엔비디아 주가 폭락...애플 수혜주 부상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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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공개된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의 새로운 AI 모델 'R1'에 대한 호평이 이번 주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딥시크 등장으로 미국의 AI 개발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엔비디아의 전성기가 끝날 수 있단 관측마저 나온다. 반면 애플은 이번 사태로 'AI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뗄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도 있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BBC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딥시크의 AI 모델은 '저비용·고성능'이 특징이다. 딥시크는 지난 20일 R1(추론 모델)을 공개하며 개발비용이 600만달러(약 86억5800만원) 이하라고 밝혔다. 이는 엔비디아의 첨단 AI칩을 사용한 오픈AI가 최신 챗GPT에 투자한 비용 1억달러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지난해 말 공개된 V3(대규모 언어모델)의 개발비용은 557만6000달러였다.

오픈AI 등 미국의 주요 AI 모델은 개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H100 등 첨단 AI칩을 사용한다. 그러나 미국의 AI칩 대중국 수출 제한으로 첨단 AI 칩 사용이 제한된 딥시크는 R1에서 저사양인 H800을 사용했다. BBC는 "서방의 주요 AI 모델은 약 1만6000개의 특수(AI)칩을 사용하지만,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H800을 2000개만 사용했다고 주장한다"며 "이것이 딥시크 제품이 저렴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딥시크 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가 지난해 9월 공개한 AI 추론 모델 'o1'을 앞섰다. 딥시크의 성능 보고서에 따르면 R1은 총 6가지 성능 평가 항목 중 3개 항목에서 o1보다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딥시크(R1) vs 오픈AI(o1) AI모델 성능 비교/그래픽=최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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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는 이번 AI 모델 개발에 더 크고 정교한 AI 모델의 지식을 작은 모델에 축소·전이해 학습하는 방식인 '지식 증류(Distillation)'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증류 기법은 기존 AI 모델을 선생님 삼아 그 모델의 답변을 갖고 새 모델이 훈련을 하는 방식이다. 걸러진 결과물을 통해 학습하므로 이전과 같은 고비용 투자를 하지 않아도 돼 효율성이 높다.

로이터와 WSJ에 따르면 딥시크는 메타플랫폼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대규모 언어 모델 '라마'(LLaMA) 및 자체 모델을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폐쇄형인 오픈AI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해 AI모델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AI 모델이 오픈소스 기반 개방형 모델이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챗GPT 등 미국 빅테크가 개발한 AI 모델은 대부분 폐쇄형이지만 딥시크의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사용과 수정이 자유롭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개발자들이 딥시크 AI 모델을 기반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서면 장기적으로 AI 연구개발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9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증시에서의 엔비디아 주가 추이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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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파장은 증시도 흔들었다. AI 수혜주인 엔비디아는 딥시크 충격이 시작된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주가가 13.27% 빠졌다. WSJ은 "딥시크 R1은 고가의 엔비디아 첨단 칩에 대한 필요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사태 이후 엔비디아 저사양칩인 H20도 대중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엔비디아 주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AI 후발주자' 애플은 수혜주로 거론됐다. 애플이 타사의 AI 모델을 아이폰 등에 탑재하고 있어 관련 비용이 이전보다 줄어들 거란 관측에서다. 애플의 주가는 27~29일 계속 오르며 도합 7.44% 상승했다. FT는 "딥시크의 저비용 AI 혁신은 그간 AI 사업에 거액 투자를 피해 왔던 애플의 전략이 맞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진단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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