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항공기 화재 땐 골든타임 90초
수하물 챙기면 시간 지연 우려”
28일 밤 부산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건에서도 많은 승객들이 “짐을 버리고 차례로 이동해 달라”는 승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몸부터 대피해 인명피해를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태 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항공보안법 제23조에 따르면 승객은 폭언과 고성방가 등 탈출을 방해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승무원의 지시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며 “미국 항공사들이 비상 상황 시 승무원으로 하여금 존댓말 대신 명령어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신속한 대피를 유도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화재는 신속한 대피가 곧 생존으로 직결된다. 불길이 번질 경우 큰 폭발 등으로 이어져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항공기 화재가 발생하면 골든타임이 90초라고 이야기한다”며 “항공유가 들어 있는 메인 탱크에 화재가 전이되기 전에 빠르게 탈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항공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승객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자제하고 전문 승무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비상 상황을 가정해 많은 훈련을 하는 객실 승무원”이라고 덧붙였다.
개인 수하물을 챙기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김규왕 한서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수하물을 챙기는 과정에서 대피 시간이 지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하물의 돌출된 지퍼 등으로 인해 슬라이드가 손상돼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화재로 연기가 자욱한 기체 내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시야 확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항공사에서 이착륙 시 창문 가리개를 올리도록 지시하는 것은 화재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정확한 위치와 탈출 경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를 먼저 확인한 후 수건 등을 물에 적셔 코에 댄 채로 안전한 탈출구로 대피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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