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딥시크 쇼크’ 주역 량원펑
중학교 때 이미 대학 수학 실력… 동료들 “헤어스타일 엉망인 괴짜”
“관성에 빠지면 혁신 어려워져”… 유학 경험 없는 젊은 인재 채용
경력 3∼5년차 직원이 최고참
“딥시크의 핵심 인재는 대부분 신입이거나 경력 1, 2년 정도의 젊은 직원이다.”
전 세계에 중국산 인공지능(AI) 열풍을 몰고 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량원펑(梁文鋒·40) 창업자와 그의 독특한 인재 채용 방식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AI 업계가 관성과 타성에 젖으면 혁신이 어려워진다는 신념하에 경험이 적은 젊은 직원들을 주로 기용하고 있다. 딥시크의 연구 인력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중국 토종 인재로 채워졌다.
또한 그는 특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소스 코드와 설계도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오픈 소스’ 개념의 신봉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게 된 것도 오픈 소스의 역할이 크다며 “오픈 소스는 ‘비즈니스 관행’이 아닌 ‘문화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 개발 인력 139명… 오픈AI의 11.6%에 불과
이는 경쟁사인 미국의 주요 AI 기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연구원만 약 1200명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오픈AI의 11.6%에 불과한 인력으로 비슷한 성과를 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도 각각 7000명과 5000명의 AI 개발 인력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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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원펑은 또 다른 현지 매체 ‘36kr’에 젊은 직원을 선호하는 이유로 ‘혁신 능력’을 꼽았다. 그는 “혁신은 자신감에서 시작된다. 젊은이들에게서 더 많은 혁신 능력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딥시크의 인력 채용을 담당했다는 한 헤드헌터는 “딥시크에서 경력 3∼5년이면 최고참”이라며 “8년 이상의 경력자는 아예 선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딥시크의 기업 문화 또한 직급, 연공 서열 등을 중시하지 않는다. 이에 저장성 항저우 본사의 사무실은 기업 사옥이 아니라 대학 캠퍼스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 ‘너드’에서 ‘세계적 AI 기업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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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원펑의 개인사 또한 주목받고 있다. 그는 1985년 남부 광둥성에서 태어났다. 중고교 시절 수학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였고 중학생 시절 이미 일부 대학 수학도 배웠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통계학, 수학 등에 기반한 금융투자 ‘퀀트 트레이딩’에 심취했다. 이 시기 현재 세계 최대 민간 무인기(드론) 기업을 이끌고 있으며 역시 저장성 출신인 왕타오(汪滔) DJI 창업자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았다. 이를 거절하고 2015년 퀀트 전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를 세웠다.
량원펑은 2019년 투자 기법을 정교화하기 위해 하이플라이어 내에 AI 딥러닝 플랫폼을 개발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2021년 10억 위안(약 2000억 원)을 투자해 1만 대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으로 구성된 딥러닝 프로그램 ‘파이어플라이어1’을 만들었다. 당시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소수의 ‘빅테크’ 기업을 제외하면 하이플라이어는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A100을 보유한 회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와 일했던 동료는 FT에 량원펑을 “끔찍한 헤어스타일을 한 ‘너드(nerd·괴짜)’였다”고 전했다. 또 량원펑이 1만 개의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던 것에 대해 “그 야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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