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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재건축의 난제 '상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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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 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 블록체인팀)




재건축 사업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이 최근 계속됐으나 만족할 만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상가와 관련된 것이다. 상가 소유자들은 주택 소유자들보다 소수여서 상가 소유자들의 뜻을 관철하기 어려운 반면 상가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전체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므로 상가 소유자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국회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대해 조합설립인가를 위해 상가 소유자들의 동의요건을 과반수에서 3분의1로 완화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2025년 4월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상가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기 어려운 경우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토지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67조)에 따른 토지분할 소송도 종종 활용된다. 이는 사업의 시작을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사업진행에 따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많은 재건축조합이 채택한 방식이 '상가의 독립정산제'다. 대법원은 ①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해 개발이익, 비용을 별도 정산하고 ② '상가협의회'로 불리는 상가 소유자들로 구성된 기구가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안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조합과 상가협의회가 합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정의했고 이를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판결 2012두3385).

대법원 판결에서 상가 독립정산제를 유효하다고 봤음에도 상가조합원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단체(상가위원회 등)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상가위원회가 대표성을 가지기 위해 어느 정도 상가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과반수인지, 3분의2나 4분의3인지, 상가조합원들은 복수의 상가위원회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인지 등), 상가위원회에 가입하지 않은 상가조합원들은 어떻게 분양신청 등 조합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상가위원회의 임원은 어떠한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는 사적 영역에 맡겨져 있어 오히려 여러 분쟁을 야기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기본적인 사항을 입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상가조합원들의 문제에 관해 2024년 하반기에 중요한 판결이 하나 추가됐다. 상가조합원들이 아파트 분양권을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재건축의 개념상 상가조합원은 신축상가의 분양권을,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은 아파트 분양권을 갖는 것이 기본적인 개념에 맞고 관련법령 역시 그렇게 정했다. 하지만 상가 소유자도 아파트 분양권을 갖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조합은 상가 소유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상가 소유자들의 아파트 분양권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서 정한 사유(재건축으로 상가를 건설하지 않고 기존 상가 가액이 최소 분양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 외에 상가조합원에게 주택공급을 하기 위한 정관개정엔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위 판결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상고기각돼 그대로 확정됐다.

재건축조합에서 그동안 상가조합원의 주택분양권 인정을 위한 정관개정은 3분의2의 동의가 있으면 족하다는 것이 상당기간 누적된 실무례였음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파급력 있는 판결이었음에도 심리불속행 판결을 했다는 것은 아쉽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상 이는 앞으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가 소유자들이 주택분양권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이는 앞으로 상가 소유자들의 동의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 점은 시행령 보완으로 상가 소유자들이 주택분양권을 갖는 경우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권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블록체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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