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지명자는 이날 미 연방의회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동맹국들은 우리의 선한 본성을 이용해 왔다”며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 같은 경우 그들은 우리를 그저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러트닉 지명자는 “일본·한국 같은 동맹과 미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합작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는 태미 더크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한 뒤 “이제는 그들이 우리와 협력해 그 생산 거점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때”라고 강조했다.
러트닉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한 약속을 재확인하며, 다만 이들 두 국가가 불법 입국과 펜타닐 유입 문제 해결에 협력하면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보다는 전 품목에 대한 일괄적 관세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러트닉 지명자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제정된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기업 보조금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하겠느냐”는 질문에 “(이행을 확답해서)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것(계약)을 이행하겠다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러트닉, 보편관세 지지 발언… 업계 “트럼프 원하는 조선 투자 강화를”
29일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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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가 이행을 약속하기 위해서는 계약들을 읽고 분석해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 지명자의 이날 발언에는 동맹에도 보조금 같은 ‘당근’보다는 관세를 중심으로 한 ‘채찍’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그가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이라고 구체적인 품목까지 언급하며 ‘선량한 미국을 이용했다’는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압박하면서, 트럼프 1기처럼 관세를 빌미로 대미 투자를 종용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년 전 트럼프 1기 당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을 돕기 위해 임기 첫해인 2017년 6월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를 시작했고, 2018년 1월 삼성전자·LG전자가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최대 30%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매겼다. 당시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에 삼성전자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LG전자는 테네시주에 가전 공장을 지어 대응했다.
정부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내 네트워크를 갖춘 주요 기업들은 미국 공장 생산 품목을 늘리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놓았을 것”이라며 “협상 테이블에서 정부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문제는 트럼프 정부 1기 때 100억 달러대까지 줄었던 대미(對美) 무역흑자 폭이 500억 달러대까지 늘어난 것”이라며 “대미 수입을 늘려 흑자 폭을 줄이고, 미국이 원하는 조선·철강 등의 직접투자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미국 현지에 통상외교 협상을 전담하는 ‘통상협력대사’(가칭)를 임명하고, 적극적인 외교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김원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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