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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칼럼 오늘] 대의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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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훌륭한 재판관, 바로 '솔로몬 왕'입니다. 두 엄마가 서로 한 아이를 두고 자기 자식이라고 다툴 때, 반씩 칼로 나눠 가지라고 판결했었죠. 아기를 포기한 엄마가 진짜였고, 어미의 모성을 간파한 솔로몬의 지혜가 빛났습니다.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명저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는 대법관으로서, 헨리 8세의 재혼에 반대하다 처형됐습니다. 재혼이 가톨릭교회법에 어긋나기에 저항했던 겁니다.

대한민국에도 권력에 이른바 쓴소리를 한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선생이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법관의 권력화를 비판하자, "억울하면 절차를 밟아 항소하라"고 했습니다. 오늘날 그의 흉상이 대법원 1층 로비에 있는 이유입니다.

영화 '뮤직박스'에서 제시카 랭은 나치 협력자 혐의를 받은 아버지를 변호해 무죄를 받아냅니다. 하지만 아버지 친구의 뮤직박스에서 아버지가 잔혹한 특수경찰 이었다는 진실을 발견합니다. 핏줄과 정의의 기로에 선 랭. 아버지와의 정마저 끊고, 진실을 마주했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친분이 논란입니다. 사법연수원 동기, 노동법학회 멤버였습니다. 부인 안부를 물을 정도였습니다. 문 대행은 '오래된 일' 라고 항변했습니다.

과거 글들까지 소환되면서 민감한 시기에 말들이 많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퇴임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사법의 정치화'를 걱정하며 물러났습니다.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며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를 해칠 것입니다."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정이 날지 짐작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나라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결정이란 점에 이견은 없을 겁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한다"는 법관윤리강령의 기본부터 다질 때입니다.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버린다"고 했습니다.

1월 30일 앵커칼럼 오늘, '대의멸친'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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