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 분노, 탐욕, 기회주의, 불안감이 얽히고설킨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합리성과 일관성의 복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정치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시점에서 여야 정치와 극단적 지지층의 행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로남불’이다. 자기편에게 불리한 사법 판단이 나오면 불복과 인신공격으로 대응하고, 반대편에게 불리한 사법 판단에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낯 뜨거운 언행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내로남불은 다수 국민에게는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고, 극단적 지지층에는 상대를 더 악마화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사이비 언론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전통 미디어 매체가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어 불을 더 지피고 있다. ‘내편’과 ‘네편’을 가르고, 네편을 비판할 때는 합리적 잣대를 들이대지만 내편 비판에는 애써 눈을 감는다. 합리적 기준으로 일관성 있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언론이 해야 할 본연의 일이다. 내편에 유불리를 따지고 취사선택을 한다면, 언론이 아니라 특정 패거리의 선동 매체일 뿐이다.
한국 정치를 이처럼 몰고가는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반헌법적 친위쿠데타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스스로 부정했고, 이후에는 파렴치범처럼 거짓과 기만으로 사법체계를 농락함으로써 검사로 평생을 지낸 자신을 부인하는 짓에 서슴없다. 2024년에 상연된 <조커: 폴리 아 되>라는 영화에서처럼, 극단적 지지자들에게 부추김을 받고 또 스스로 그런 지지자를 부추기는 조커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극단적 지지층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에 기대어 기회주의적 언행으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끄러움과 상식을 회복하길 바랄 뿐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은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자신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고 이를 위해 적극 협조하는 것이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언행 없이, 은행장들을 소집하고 정책 기조를 갑자기 바꾼다고 자신에 대한 거부감이 해소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경제문제에 관한 한, 그동안 국민의힘 2중대 같았던 이재명 민주당이 아예 국민의힘 본체가 되기 위해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것인지,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만 된다면 경제정책이 백묘든 흑묘든 상관이 없다는 실용주의인지 헷갈릴 뿐이다.
대통령 탄핵과 내란 재판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 정치권은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근본적 대책을 제시하는 정책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이 혼돈의 시기를 넘어 새로운 시대에 무엇이 바뀔 것인지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이 희망을 품게 하는 책임있는 정치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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