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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 (금)

[정동칼럼]부끄러움과 상식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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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첫 달이 지나간다. 새로운 계획과 희망보다는 심란한 뉴스가 가득한 새해 첫 달이었다. 국외적으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경제 및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적으론 지난해 12월3일 현직 대통령의 친위쿠테타 시도와 이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과 난동 등으로 정국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다. 상식보다는 음모, 이성보다는 분노가 극단적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를 뒤흔드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음모, 분노, 탐욕, 기회주의, 불안감이 얽히고설킨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합리성과 일관성의 복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정치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시점에서 여야 정치와 극단적 지지층의 행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로남불’이다. 자기편에게 불리한 사법 판단이 나오면 불복과 인신공격으로 대응하고, 반대편에게 불리한 사법 판단에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낯 뜨거운 언행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내로남불은 다수 국민에게는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고, 극단적 지지층에는 상대를 더 악마화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사이비 언론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전통 미디어 매체가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어 불을 더 지피고 있다. ‘내편’과 ‘네편’을 가르고, 네편을 비판할 때는 합리적 잣대를 들이대지만 내편 비판에는 애써 눈을 감는다. 합리적 기준으로 일관성 있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언론이 해야 할 본연의 일이다. 내편에 유불리를 따지고 취사선택을 한다면, 언론이 아니라 특정 패거리의 선동 매체일 뿐이다.

A가 잘못됐다는 지적에 B도 그렇게 했다고 답하는 정치인은 더 이상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B도 잘못했다는 양비론인지, B도 그랬으니 괜찮다는 양시론인지, 아니면 국민을 우롱하려는 심산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정치인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위선과 기만 그리고 그런 술수를 통한 자신의 사익 추구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이런 정치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고,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

한국 정치를 이처럼 몰고가는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반헌법적 친위쿠데타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스스로 부정했고, 이후에는 파렴치범처럼 거짓과 기만으로 사법체계를 농락함으로써 검사로 평생을 지낸 자신을 부인하는 짓에 서슴없다. 2024년에 상연된 <조커: 폴리 아 되>라는 영화에서처럼, 극단적 지지자들에게 부추김을 받고 또 스스로 그런 지지자를 부추기는 조커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극단적 지지층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에 기대어 기회주의적 언행으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끄러움과 상식을 회복하길 바랄 뿐이다.

상식을 회복해야 할 사람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역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 인사가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일을 법원이 확정한 것은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법부가 유력한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소추 인용 여부도 여론이 중요하지 헌법 위반 여부라는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과 도전인 반헌법적 친위쿠데타라는 엄중한 현실을 오직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라는 맥락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접근하고 있다는 의심과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은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자신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고 이를 위해 적극 협조하는 것이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언행 없이, 은행장들을 소집하고 정책 기조를 갑자기 바꾼다고 자신에 대한 거부감이 해소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경제문제에 관한 한, 그동안 국민의힘 2중대 같았던 이재명 민주당이 아예 국민의힘 본체가 되기 위해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것인지,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만 된다면 경제정책이 백묘든 흑묘든 상관이 없다는 실용주의인지 헷갈릴 뿐이다.

대통령 탄핵과 내란 재판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 정치권은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근본적 대책을 제시하는 정책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이 혼돈의 시기를 넘어 새로운 시대에 무엇이 바뀔 것인지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이 희망을 품게 하는 책임있는 정치이다.

경향신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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