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하자니 버겁고, 말자니 아쉽네" 카드사 '애플페이 도입' 골머리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이폰 충성고객 확보 명분 있지만
NFC 단말기 설치 가맹점 저조
유의미한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문


카드업계에 '애플페이' 바람이 불고 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는 카드사들은 신규회원 확대를 기대하며 애플페이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애플페이 도입은 새로운 비용을 만든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높은 수수료를 받는 애플페이가 도입 확대되면 무료인 삼성페이가 무료를 유지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이 저조해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신규고객 유치 효과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카드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수수료다.

애플은 현대카드에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0.03%)과 비교해 5배 높지만 국내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현대카드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그간 무료로 제공하던 삼성페이를 유료로 전환할 수 있다. 지난 2023년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할 때도 삼성페이의 수수료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가 카드사 생태계를 위해 무료 정책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와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 부담은 연간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가맹점수수료 0.05%p 인하도 부담인데 애플페이에 삼성페이까지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등의 수수료 비용 부담에 카드사가 알짜카드 단종이나 무이자 할부 축소 등 비용 절감에 나설 경우 소비자에 돌아가는 혜택이 축소될 수도 있다.

애플페이 도입의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애플페이 결제를 위해서는 가맹점 내 NFC 단말기 설치가 필수적이다. NFC 단말기가 없으면 애플페이는 무용지물이다. 카드업계는 NFC 단말기가 설치된 카드가맹점이 전국에 약 30만개, 보급률은 1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맹점은 300만개에 달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 초기에는 호기심 등으로 신규회원 유입이 크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질 것"이라며 "카드사의 수익을 위해서는 고액결제가 많아야 하는데 NFC 단말기가 설치된 가맹점이 편의점 위주여서 소액결제가 대부분이다. 도입 효과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런 현실에도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배경은 '미래 고객 유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에 충성도가 높은 연령대를 보면 주로 1020세대다. 현 시점에서는 이들의 카드 사용량이 적겠지만 10년, 20년 후에는 핵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미래 고객 확보라는 차원에서 애플페이가 중요한 아이템이라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이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은 "도입 여부에 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