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소로 ‘특검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위배 판단
인지 사건 수사 조항에도 문제 제기
“여야 합의” 조건은 시간 끌기용 명분이었나
인지 사건 조항은 과거 특검법에도 포함
민주 “오판하지 말라” 경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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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윤석열 내란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하면 내란특검법 두 차례를 포함해 총 7차례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게 된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구속기소돼 특검 명분이 약해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 필요성을 내세워 시간을 끌다가 결국 윤 대통령 방탄에 일조했다는 비판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오는 31일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내란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상정해 의결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최 권한대행이 내란특검법을 재의요구할지 공포할지 숙고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부 내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월2일이다.
정부는 야당이 수정 발의해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특검법에 위헌적 요소가 제거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지난 26일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점이 특검법 거부 사유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을 거쳐 법원으로 공이 넘어갔기 때문에 별개 특검 수사가 특검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세 번째 거부권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며 든 논리와 유사하다. 한 총리는 지난해 11월 “검찰과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특검을 도입해 특검 제도의 보충성, 예외성 원칙을 훼손한다는 본질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권한대행은 ‘정부의 연속성’을 명분 삼아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행보를 답습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특검법에서 ‘관련 인지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역시 여당 논리와 같다. 앞서 야당은 국민의힘이 주장해온 대로 특검 수사 대상을 기존 11개에서 6개로 줄였다. 내란 선전·선동, 외환 유도 사건 등을 제외하면서 ‘인지 사건’ 수사는 가능하게 했는데, 여당은 이 조항을 문제삼아 법안을 반대했다. 인지 사건 수사 조항은 과거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법’, ‘이명박 BBK 주가조작 특검법’ 등에도 모두 담겼던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최 권한대행은 오판하지 않아야 한다”며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국민의힘과의 결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민주당의 경고를 길들이기 정도로 여겼다간 돌이킬 수 없다. 특검을 수용해 당당함을 보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하면 “단호하게 최상목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양문석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최 권한대행이 내란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 7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초유의 권한대행이 된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권한대행으로서 6개 법안에 거부권을 썼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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