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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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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세계 최초 상온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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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서강대 연구팀…‘네이처’에 게재
전자 소자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 보여줘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스핀 펌핑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사진은 고전역학적 스핀 펌핑(왼쪽)과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개략도.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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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에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현상을 발견했다. 기존에 극저온에서만 관측되던 현상을 상온에서 관측한 것으로, 차세대 반도체 등 전자 소자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명화 서강대 교수와 이경진·김갑진 KAIST 교수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상온에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현상을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전자는 전기적 성질인 전하와 자기적 성질인 스핀을 모두 갖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류는 전기적 성질을 이용한다. 전압을 걸었을 때 전자가 직접 이동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전자가 다른 원자핵들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일어난다. 전기제품을 오래 사용하면 열이 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자의 자기적 성질만 이동해도 전류는 흐른다. 이를 ‘스핀트로닉스’라고 부른다. 전자가 직접 이동하는 게 아니라 전자의 상태가 옮겨가는 현상이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다. 때문에 스핀트로닉스는 초저전력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스핀 펌핑은 이러한 스핀트로닉스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자성체와 반자성체를 접합하면 전자의 자기적 성질이 자성체에서 반자성체로 이동한다. 강한 자석에 물체를 갖다대면 일시적으로 자성을 띄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이런 식으로 자기적 성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전류가 발생한다. 다만 지금까지 이 전류의 크기가 너무 작았고, 극저온에서만 관측할 수 있었다.

국내 연구진은 자성체인 철과 반자성체인 로듐을 접합해 상온에서 이 같은 스핀 펌핑을 관측했다. 온도를 약 100도까지 높이면 철-로듐 합금의 자기 성질이 변하는데, 이 과정에서 로듐의 전자 스핀이 변하고 전류가 발생했다. 이때 전류 크기는 기존 스핀 펌핑의 10배 이상이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이어 연구진은 현상의 양자역학적 원인을 규명했다. 원래 학계는 스핀 펌핑을 전자의 회전 운동으로만 해석해왔는데, 이번 연구는 스핀을 주고받는 두 전자가 ‘얽혀있다’는 걸 밝혀냈다.

양자 얽힘이란 한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양자역학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양자역학은 스핀트로닉스 연구에서 잘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로 인해 양자역학이 필수로 떠오르게 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차세대 반도체, 초저전력 전자 소자 등을 만드는 스핀트로닉스 기술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에 대해 “스핀트로닉스 기술이 전자소자 응용을 넘어 양자 기술의 핵심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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