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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 (토)

경제성 떨어져도 공항 짓는다? 절차 무시하는 '특별법'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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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정치공항 잔혹사]③

[편집자주]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국제기구 권고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짧은 활주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등 무안국제공항의 허술한 관리가 사고 원인 조사를 계기로 속속 드러난다. 부실한 시설 운영 실태는 무안공항을 넘어 상당수 지방공항에서 발견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정치적 논리에 따라 건설된 '정치공항'이라는 점이다. 선심공약의 산물로 생긴 정치공항은 안전성이나 경제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과 나눠먹기로 전락한 국내 공항의 상황을 집중 점검해본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부지.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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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신공항 사업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특히 수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경제성 조사를 면제받은 '특별법'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사업이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7만㎡ 부지에 들어설 가덕도 신공항은 네 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부지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초대형 사업 규모와 어려운 공사환경, 촉박한 공기 일정 탓에 대형건설사들이 참여를 주저했다.

가덕도신공항은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받은 국가사업 중 최대 규모 사업이다. 당초 기본계획에 따르면 육지와 바다에 걸친 해상공항으로 총 13조7000억원을 투입, 대형화물기(B747-400F 등) 이착륙이 가능한 3500m의 활주로 1개를 건설한다. 현재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추정 사업비는 16조원 규모다. 실제 공사 진행 과정에서 사업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개항은 2029년 말이 목표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계획과 맞물리면서 개항시기가 당초 검토했던 2035년에서 2029년 말로 앞당겨졌다. 부산 엑스포 유치가 무산됐음에도 공사일정은 2029년 말로 고수키로 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경제권 활성화와 지역 여론 등을 반영해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요구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가덕도 공항 조기 개항은 여야 정치권의 대표적인 공약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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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가덕도신공항은 정치권 요구에 따라 사업 방향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세계 3대 공항설계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가덕도신공항은 추진 불가, 대신 김해신공항이 최적지로 꼽혔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정치권과 정부 모두 당초 추진했던 김해신공항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힘이 실린 셈이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 여야 합의로 가덕도신공항 조성을 법으로 못 박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제정됐다. 특별법 통과로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최소한의 경제성 검토 장치인 예타 과정을 면제받게 됐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이후 지역차별 논리를 앞세워 지방공항 특별법 요구가 커졌다. 대구·경북(TK) 신공항도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의 재정·행정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2023년 특별법이 제정됐다. 군 공항과 민간공항을 한꺼번에 이전하는 사업으로 군 공항 이전 비용은 11조5000억원, 국고가 투입되는 민간공항 건설 비용은 2조5768억원이다. 사업비 8000억원 규모의 새만금공항도 지역 균형발전 등을 이유로 2019년 예타를 면제받았다.

전문가들은 공항 특별법 제정은 지방공항 난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백호중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앞으로 만들 공항은 특별법보다는 경제성 논리를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며 "특별법으로 최소한의 경제성 확보조차 피해가는 사업은 반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추진 중인 가덕도나 대구경북통합공항 같은 경우는 세부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경제성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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