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집, 교도소에 매일 출근하는 사람. 김도영 교도관의 치열한 일상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살인·강간·방화·사기 전과의 범죄자를 늘 대면하고, 이들을 교화해야 하는 교도관의 업무는 상상 이상으로 고됩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나는 교도관입니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나가면 가족들과 함께 잘 살겠습니다.”
출소하던 남자의 눈빛은 진심처럼 보였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그 남자는 다시 교도소로 들어왔다.
더 엄청난 죄명으로 말이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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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범수에겐 비밀이 있었다
삼십대 후반의 남자는 3년 전 사기죄로 교도소에 들어왔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그는 음식점을 했다. 15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아내, 딸과 함께 살 새집을 마련하는 꿈을 꿨다.
억대에 이르는 채무.
남자는 결국 빚을 갚지 못했다. 법원은 그가 피해자들을 속여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교도소에 들어온 남자는 수용동 도우미로 일하며 작업장이나 운동장에서 남을 돕는 데 앞장섰다. 수용동 도우미란 모범 수용자가 교도소 내에서 청소나 배식 등의 일을 맡는 걸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다. 내가 담당하는 공간에는 한 명의 살인자가 수용돼 있었다. 살인자는 공용 욕실에서 “물이 차갑다”며 내게 불만을 터뜨렸다. 순간 내 멱살을 움켜쥐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때, 복도를 닦던 수용동 도우미가 뛰어와 살인자의 팔을 잡아 말렸다.
그 남자였다.
“아니에요. 교도관님. 다친 데는 없으세요?”
만약 남자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
# 출소 1년, 남자가 돌아온 이유
얼마 후, 그는 내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출소했다. 그간 돌봐줘 고맙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아빠를 기다리며 기뻐할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교도소의 일상은 다시 흘러갔다. 1년쯤 지났을까, 신입 수용자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던 중 문득 한 이름이 들어왔다. 순간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그 남자였다.
1년 전 출소한 그 남자. 그의 죄명을 확인한 순간, 내 눈이 다시 한번 크게 뜨였다.
‘죄명 : 강간미수’
(계속)
아픈 아내와 딸을 위해 “성실히 살겠다”던 남자. 그에겐 충격적인 과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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