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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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회 로툰다에서 개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웨스트윙'을 상징하는 장면이 하나 포착됐다. 중앙에 설치된 연설대를 두고 좌우로 펼쳐지는 취임식 자리는 사실상의 '권력 서열'을 상징한다.
이날 취임식에서는 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연설대 왼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내각 후보자들이 앉았고, 오른편에는 전직 대통령들과 대법관, 해외 정상, 중요 기부자들이 앉았다. 수많은 유명 초청자들 사이에서 오른편 셋째줄, 연설대에서 가까운 두 번째 자리에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앉았다.
전직 대통령과 거액 기부자들을 앞뒤에 두면서도 '눈에 덜 띄는' 자리이자 트럼프 대통령과는 통로 하나를 두고 마주할 수 있는 자리였다. 드러내지 않지만 대통령의 옆을 지키는, 와일스의 성격과 위상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와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날' 행정명령의 최종 조율자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내각의 의회 청문회 인준 작업도 사실상 총괄했다. 와일스는 미 상원의 청문회를 앞두고 내각 지명자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제령'을 내렸다. 또 트럼프 정부의 모든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만 전할 수 있다고 미리 경고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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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취임 전 해외 관리를 만날 때는 신임 국가안보보좌관과 백악관 법률고문의 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했던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새로운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지시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11월 유엔 주재 이란대사를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와일스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괴자'를 최고 자리에 앉히고 그 파괴자를 관련 업무나 기관을 잘 아는 사람들로 뒷받침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와일스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플로리다의 로비스트이자 공화당의 기금 모금가인 브라이언 발라드가 와일스를 추천했던 것이다.
와일스는 그에 앞서 플로리다 잭슨빌 시장을 보좌했고, 현재 연방 상원의원인 릭 스콧의 주지사 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그는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선거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때 와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그의 재선 캠페인에 와일스를 합류시켰다. 그해 대선에서 패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와일스에게 마러라고에서 선거자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고, 와일스가 이를 승낙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1·6 의회 난동 사건이 벌어진 뒤에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2023년 디샌티스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가 됐을 때 그는 디샌티스를 맹렬하게 공격했다고 전해진다.
디샌티스가 경선에서 탈락한 날, SNS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는 엑스(X)에 "바이, 바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개최된 로툰다에 현직 주지사인 디샌티스가 입장하지 못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시각이다.
와일스는 1957년생으로 올해 67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비서실장을 4명 갈아치웠다. '불같은'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냉철한 성격 때문에 그를 '얼음공주(Ice Maiden)'라고 부른다.
[최승진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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