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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 (화)

퇴사하기와 세계여행 에세이 쓰기를 모두 이룬 꿈부자 [여책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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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여행을 추억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사진으로, 또 누군가는 영상으로, 어느 누군가는 여행지의 기념품으로 추억의 실타래를 엮습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글’만한 도구는 찾기 힘듭니다.

사진 = 나무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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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솜씨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당시 느꼈던 감정과 분위기, 상황 등은 단어 하나에, 문장의 이어짐에 따라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여책저책은 ‘여행은 기록’이라 믿는 작가의 책과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라 말하는 이의 책까지 살펴봅니다.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는 여행법 여행의 기록
안예진 | 퍼블리온

사진 = 퍼블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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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기 쉽지 않은 시대다. 여러 가지 환경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것투성이다. 그런데 자신이 바라던 꿈을 두 가지나 이룬 주인공이 있다. 그의 인생 로드맵에는 ‘퇴사하기’와 ‘세계여행 중 에세이 쓰기’가 있었는데 바로 그 꿈을 덜컥 이뤄낸 것이다.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는 여행법 여행의 기록’을 쓴 꿈부자 안예진이다.

​사실 저자는 ‘독서의 기록’으로 베스트셀러를 달성한 작가다. 독서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도서 인플루언서로 거듭난 그는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는다’는 진리를 실제 여행을 통해 기록으로 남겼다. 저자는 난생처음 유럽 캠핑카 가족 여행을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가 총출동했다. 저자는 기록은 짧은 여행의 순간을 의미 있게 박제해 나만의 인생 스토리를 완성시켜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행 테마가 ‘기록하는 여행’이다.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여행의 기록에 도전한 한 가족의 성장을 실었다.

​여행 중 찍은 사진과 기억은 기록하지 않으면 감정만 남고 휘발되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세 가족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 그저 즐기기만 하는 소비에서 끝나지 않고 ‘기록’을 통해 가족의 역사로 남겨 하루하루를 완성하는 삶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기록을 위해 가장 중요한 준비물을 챙겼다. 세 권의 노트, 미니 포토 프린터기, 가위와 풀. 여행 중 매일 그날 찍었던 사진을 포토 프린터기로 뽑았다. 엄마는 사진 기록, 아빠는 영수증 기록, 아이는 사진 일기 등 각자만의 방식으로 매일의 기록들을 채워나갔다.

사진 = 퍼블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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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은 단순히 즐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내면화하는 작업이다. 이 책은 여행 전 기록 준비, 여행 중 기록 소스를 만드는 다양한 도구 활용법, 여행 후 기록을 재구성하는 방법까지, 기록 습관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팁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캠핑카 여행을 준비하는 실전 팁, 기록 도구 챙기기, 구글 포토 활용법, 테마 사진 찍기, 숏폼 영상 촬영, 어반 스케치, 사진 일기, 영수증 기록, 아이와 함께 기록하는 방법, 가족 공동설문지 만들기 등 다양한 기록 방법들이다. 또 사진, 영상, 글, 그림 등 기록 소스를 만드는 방법과 함께 여행 뒤 기록을 재구성해 그림, 여행 어플, 블로그, 브런치, 책 출간까지 여행을 기록으로 완성하는 실질적인 정보를 소개한다.

​저자는 “여행이라는 인생의 특별하고 의미 있는 순간을 다시 살게 해주는 게 기록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라며 “여행의 기록은 지금, 여기에서의 삶 또한 여행과 같음을 느끼고 나의 현재를 충실하게 살게 해주는 좋은 습관”이라고 말했다.

천 개의 베개
노동효 | 나무발전소

사진 = 나무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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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송사 중 양대 여행프로그램하면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EBS ‘세계테마기행’이다. 여행에 관심 있는 이라면, 또 여행 좀 다녀봤다면 이 프로그램에 빠질 수밖에 없다. TV보다 유튜브를 통한 영상 시청이 늘면서 두 프로그램 역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도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심지어 1000만 뷰를 기록한 영상까지 등장했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여행작가 노동효. 그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쌓아온 여행기를 ‘천 개의 베개’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는 말에 최적화한 여행기를 추앙한다. 주요 일간지와 매거진 연재를 통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온 그는 지식인의 사유를 펼치면서도 시니컬한 차가움은 찾을 수 없다. 대신 체온의 ‘따뜻함’과 열정의 ‘뜨거움’ 사이를 오간다.

책은 2년 반 동안 남아메리카 대륙을 두 바퀴 이상 떠돈 전작 ‘남미 히피 로드’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주축으로 했다. 1장에서는 ‘국경을 건너는 여행’의 의미를 되새긴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브라질 렌소이소 사막 등이 담겼다. 예컨대 볼리비아와 페루 사이의 국경은 따지자면 다른 나라지만, 한 마을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루과이와 브라질의 국경은 상점가를 사이에 두고 왕복 4차선 도로가 놓여 있다. 아마존 강 따라 뱃길로 브라질, 페루 등 국경을 넘나들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 이후 섬나라와 다를 바 없어진 대한민국 여행객에게 육로로 이어지는 국경은 늘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사진 = 나무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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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여행지에서 만난 ‘절대적 환대’의 풍경을 들려준다. 손님의 이름도 묻지 않고 보답도 바라지 않으며 모든 걸 내주는 환대의 순간들이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시골에서 다정한 사람들과의 만남들. 금방 짠 양젖을 권하기도 하고 집으로 초대해 식사와 숙소를 제공하고 양털로 짠 양말을 나눈다. 국적 불문하고 여행자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오지에도 공동체가 살아 있고 환대의 문화가 남아 있음을 전한다. 아울러 유튜브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긴 ‘세계테마기행 - 두 개의 바다, 나미비아 1~4편’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혀진다.

3장은 길을 통해 삶의 지혜에 눈뜨는 최고의 방법 ‘여행의 연금술’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공간을 바꾸고 시간을 바꿈으로써 알게 되는 것들. 새로운 풍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게 하는 여행의 마법에 관한 생각들이 펼쳐진다.

​낯선 곳에서 잠자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행가, 수많은 베개를 바꿔가며 지구별의 풍경을 몸에 새기는 저자는 도시나 국경뿐 아니라 시간을 넘나든다. 문명의 끝자락을 들추면 영화와 소설로 경험했던 공간이 등장한다. 여행기를 통한 대리만족, 방랑을 글로 읽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집어 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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