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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 (토)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트럼프, 취임 직후 ‘난민 입국 중단’ 명령···미군 조력 아프간 난민 비행편 줄줄이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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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16일(현지시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 C-17 수송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기 시작하자 미처 비행기에 타지 못한 아프간 시민들이 태워 달라며 수송기를 따라 내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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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단속’을 새 정부 핵심 과제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미 미국 체류 허가를 얻은 난민들에게도 빗장을 걸어 잠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탈레반의 위협을 무릅쓰고 미군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들과 미군 가족들을 데려올 비행기편이 줄줄이 취소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 정착 허가를 받은 아프간 난민 1660명을 태울 카불발 비행편이 모두 취소됐다. 취소된 비행기들에는 현역 미군의 가족 200명을 비롯해 미국에 있는 가족과 재회를 기다려온 미성년자, 미군에 협조해 탈레반의 보복 위기에 내몰린 아프간 협력자들이 탈 예정이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전임 조 바이든 정부로부터 미국 체류를 허가받았으나 아직 항공편을 배정받지 못해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발이 묶인 이들도 미국행이 불발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난민의 미국 입국 및 정착을 막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백악관은 새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난민 수용 프로그램(USRAP)’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백악관은 “지난 4년간 미국은 USRAP를 포함해 기록적인 이주민으로 넘쳐났다”면서 “미국은 미국인의 자원 가용성을 해치지 않고, 미국인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고, 난민의 적절한 동화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많은 수의 이주민과 난민을 미국사회에 흡수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행정명령은 난민의 미국 입국이 미국의 이익과 부합할 때까지 USRAP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날 취임식 후 ‘남부 국경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런데 불법 이민자뿐만 아니라 수개월에서 수년에 달하는 길고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미국 정부로부터 합법적으로 입국 및 체류 승인을 받은 난민들까지 막아선 것이다.

아프간 미군 협력자들의 미국행과 정착을 돕는 단체 ‘아프간탈출’의 션 밴다이버 대표는 “이는 우리 군과 함께 싸우던 아프간 파트너 부대, 현역 미군 장병 가족들의 발이 묶이게 됐다는 뜻”이라며 “많은 아프간인들이 소식을 듣고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후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약 20만명의 아프간인 협력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왔다. 미군과 함께 싸웠거나 미군을 도왔던 이들을 아프간에 그대로 둘 경우 탈레반의 보복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이것은 그들을 버리는 일과 다름없다”면서 “검증된 아프간의 동맹군을 탈레반의 자비에 내맡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첫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을 때도 난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연간 상한선을 제시해 입국 난민 수를 급격하게 제한했다. 첫 임기 후반 그는 입국 허용 난민 숫자를 1만5000명으로 제한했는데, 이는 USRAP 프로그램이 운영된 40년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의 첫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 미국에 입국한 난민은 1만1000명으로, 취임 직전인 2016년 8만명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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