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도 과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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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전격 체포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 구금됐다.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조사받는 내내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다”며 일체의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경호처 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구금됐다. 공수처는 17일 오전 10시까지인 체포시한 내 한두 차례 추가 조사를 한 뒤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반면에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관할권 없는 법원의 영장에 의한 불법 체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호송된 건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 과정에선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구속됐었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5시쯤부터 검사·수사관 40여 명과 수도권 형사기동대·안보수사대·반부패수사대 형사 1000여 명 등 대규모 체포 병력을 현장에 투입해 영장을 제시한 지 약 5시간 만인 오전 10시33분쯤 관저에 들어가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1차 체포영장을 받은 날로부터 16일, 12·3 계엄으로부턴 43일 만에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해 내란수괴 혐의에 대한 대면 조사에 성공한 것이다.
관저 구역 인근 3차 저지선에서 약 200명 스크럼에 막혔던 지난 3일과 달리 이날 경호처 경호관들은 체포 인력의 진입을 막지 않았다. 이에 저지선이 힘없이 무너지고 약 3시간 만에 체포조가 관저동 건물까지 진입하자 윤 대통령 측은 돌연 공수처에 자진 출석을 요청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전 8시40분쯤 관저동에 들어온 차정현 공수처 수사4부장에게 “체포영장 집행 병력을 철수시키면 대통령이 뒤따라 출발해 공수처 조사실로 가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차 부장은 “영장 집행이 원칙”이란 점을 강조하며 변호인단 측과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호송 중 미리 녹화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담화 영상도 공개했다.
체포조 관저동 진입하자, 윤측 돌연 “자진 출석하겠다”
그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며 “불법적이고 무효인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선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며 “내란몰이 프레임 공세”라는 내용의 장문의 자필편지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오동운 공수처장 등 지휘부와 의례적인 티타임 없이 곧장 조사실로 인치된 뒤 이날 오전 11시부터 공수처 2인자인 이재승 차장으로부터 피의자 신문을 받았다. 이 차장은 미리 준비한 200페이지가 넘은 혐의별 질문지를 토대로 질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오전 약 2시간30분간의 조사를 마치고 1시간가량 휴식을 취하며 공수처 측이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 2시40분부터 9시40분까지 조사에는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대환 형사3부장과 차정현 부장이 차례로 투입됐다. 두 부장검사는 계엄 선포 당시 국회 통제와 정치인 체포 등 국헌 문란 소지가 있는 윤 대통령의 지시 등 내란 실행 단계 혐의를 중심으로 신문했지만 역시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공수처로선 윤 대통령의 진술 거부는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라고 한다. 답변을 거부한다고 해도 내란수괴 혐의 입증을 위해 미리 구성한 질문지를 토대로 신문하는 절차 자체가 수사상 성과로 판단하고 있다.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재판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체포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16일 오후 2시로 예정된 탄핵심판 2차 변론 연기를 신청했다.
정진우·석경민·양수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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