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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의혹 재판관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헌재 결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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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계선 헌법재판관 기피신청 ‘기각’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첫 변론기일인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재판관들이 심판정에 앉아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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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첫 변론을 앞두고 정계선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들은 14일 오전 재판관 회의를 열고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헌재 탄핵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이 재판관 기피신청을 낸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대리인단은 16차 변론이 진행되던 중 “강일원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론을 앞둔 시점에서 강 재판관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으로 재판을 진행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헌재는 “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부적법하다”며 즉시 각하했다.

헌재는 재판관 기피 사건에서 사유를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 2021년 2월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으로 탄핵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변론에 들어가기 사흘을 앞두고 낸 재판관 기피신청 사건이 대표적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재판,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재판,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등 재판에 관여한 의혹으로 탄핵심판대에 올랐다. 임 전 부장판사는 이석태 당시 헌법재판관을 상대로 기피신청서를 냈다.

이 재판관이 회장 등으로 활동했던 민변 또는 참여연대가 임 전 부장판사 등 법관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체포치상 사건 피고인들이 모두 민변 소속 변호사이므로 이 재판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도 기피신청 이유였다. 이 재판관이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소추사실과 관련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사건 당일 7시간 행적과 관련한 조사를 한 이력도 거론하면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불공정한 심판이 될 지도 모른다는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혹만으로는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헌재 결정례를 인용했다.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재확인 했다. 헌재는 “재판관이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과 과거 민변이나 참여연대의 회장 등을 역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내면서 “법원 내 진보적 성향을 가진 우리법연구회의 회원이자 회장을 역임했다”면서 “인사청문회에서 법률적 판단에 대한 예단을 드러냈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 탄핵소추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가 정 재판관의 배우자가 몸담고 있는 공익인권법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점도 기피사유라고 했다. 그러나 헌재는 앞선 결정례를 근거로 이러한 사유만으로 “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것으로 볼 객관적인 사정이 없다”는 취지로 기각 결정을 했다.

헌법재판소법 24조4항은 ‘당사자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2명 이상의 재판관을 기피할 수 없다’고 돼 있는다. 이 조항은 양쪽이 각각 1명만 기피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같은 법 3항은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지만, 변론기일에 출석해 본안에 관한 진술을 한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기피신청은 기각됐으므로 앞으로 진행되는 변론에서 같은 이유로 기피신청을 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다만 변론에서 새롭게 발생한 사유가 있고, 재판관 1명에 대한 기피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재차 기피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은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소송지연 목적으로 계속 재판관 기피신청을 할 수 있지만 결국 헌재에서 다 기각 혹은 각하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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