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요. 교실에서도 소리 들려"
집회 소음에 학습권 침해도 겪어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서울 용산구 한남초 교문 옆에 대통령 지지자들이 앉아 있다. 2025.01.10. now@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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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무서워요. 교실에서도 소리가 들려요. 친구들이 시끄럽다고 했어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에서 하교하던 최모(11)양은 이렇게 말했다. 교문에서 나온 최양은 교육청 등·하교통학안전지원단의 손을 잡고 인도를 지나 육교를 건넜다. 지원단은 어머니에게 최양을 데려다 줬고, 최양은 그제야 안심한 듯 어머니를 꼭 껴안았다.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계속되면서 한남초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교문 근처로 몰려와 자리하거나 찬반 집회에서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면서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날 오전 한남초 교문 옆에는 대통령 지지자 약 40명이 있었다. 이들은 바닥에 은박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STOP THE STEAL' '탄핵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팻말은 학교 앞 전봇대와 학교 담벼락에도 붙어 있었다. 바닥에는 돗자리, 비닐, 상자가 뒹굴었고, 교문 건너편에는 지지자들이 과자와 컵라면 상자를 쌓아두고 있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말싸움이 일기도 했다. 한 여성이 남성을 향해 소리를 지르자, 분을 참지 못한 남성은 괴성을 지르며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대로변 학교 담벼락에는 최양의 몸만 한 팻말 12개가 세워져 있었다. 팻말 하나당 빨간색으로 한 글자씩 '윤석열 대통령 국민이 지킨다'고 썼다. 최양이 육교를 건너 반대편 인도를 걸을 때에도 "탄핵 무효" "대통령을 지키자"는 외침이 들렸다.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서울 용산구 한남초 대로변 담벼락에 거대한 팻말 12개가 세워져 있다. 2025.01.10. now@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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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시스 취재진이 만난 학생과 학부모들은 등하굣길이 위험한 것은 물론 노래, 마이크 소리가 교실까지 들려 학습에 방해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양은 등하굣길이 무섭다고 했다. 최양은 "친구들도 시끄럽고 무섭다고 했다"며 "다시는 이런 거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편 인도에서 최양을 기다리던 어머니 김모(43)씨는 "학교 앞이기도 하고 안 좋은 말, 특히 욕설이 많이 들려서 걱정"이라며 "서로 반대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남동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동네에 사는 아이의 친구 엄마는 신고를 몇 번을 했는데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교문 앞까지 아이를 배웅하던 40대 학부모 A씨도 "아무래도 혼자 보내긴 걱정스럽다"며 "지금은 많이 없고 경찰도 나와계시니까 괜찮긴 한데 지난주는 교문 앞까지 가득차고 교문에도 다 앉아 있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 교문 앞 전봇대에 '탄핵반대 이재명 구속' 팻말이 붙어 있다. 2025.01.10. now@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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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문제를 우려한 경찰과 교육청은 지원에 나섰다. 경찰은 교문 양옆에 질서유지선을 세웠다. 교문으로 이어지는 차도 앞과 교문 앞에 경찰들을 배치해 학생들의 등·하교를 도왔다.
이날 학교 앞 차도의 한 승용차에서 여학생이 내리자 교통경찰이 학생을 교문 앞에 서 있는 등·하교통학안전지원단에게 인도했다. 학생은 지원단의 손을 잡고 학교로 들어갔다.
교육청은 등·하교통학안전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오전 10시까지 교육청 직원 4명이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돕고, 등교시간이 지나면 2명씩 교대 근무한다.
한 남학생의 손을 잡고 하교를 도와주던 교육청 재정지원과 안전관리팀 김수연 주무관은 "시위 관련해서 교육청에서 등·하교통학안전지원단으로 출장을 나왔다"며 "학부모가 없으면 근처 안전한 육교나 학부모가 있는 곳까지 인솔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남초는 방학 중이나 돌봄교실과 늘봄학교, 겨울캠프, 유치원 등을 이용하는 학생 70여명이 등·하교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남로 일대 집회로 방과후 수업이 일시 중단됐다가 전날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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