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계좌 허용엔 비교적 적극
가상자산 ETF엔 ‘보수적’ 접근
업계 '속도감 부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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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전날 가상자산 법인계좌의 단계적 추진과 2단계법 추진 등을 포함한 당국의 올해 가상자산 관련 업무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국이 가상자산 현안에 일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시장 상황에 비춰보기엔 다소 속도가 느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9일 가상자산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8일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가상자산 법인계좌 단계적 추진 및 2단계법 추진 등이 포함됐지만, 업계 반응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지속적으로 국내 법인에 대한 시장 진입 허용을 요구해 온 바 있다. 국내 시장이 현물 거래 기준 글로벌 1~2위를 오갈 정도로 큰 반면, 개인과 현물 위주의 구조로 인해 시장 안정성이나 가상자산거래소의 사업 다변화 측면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금까지 법적인 근거 없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그림자 규제’로써 가상자산 거래소의 법인 대상 실명계좌 발급 등을 금지해왔다. 이번에도 ‘단계적 허용’이라는 단서가 붙으며 정부 및 공공기관, 대학 등을 시작으로 차츰 대상 늘려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위는 당장 이달 중순 개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상자산 관련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날 금융위 관계자는 이투데이에 “현재 국내 상황과 시장 이슈가 많아, 위원회 개최 시점과 논의 사항 등을 조율하고 있어 구체적 시점과 내용은 확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ETF 관련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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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가상자산시장을 뜨겁게 달군 가상자산 현물 ETF는 업무 추진계획에서 아예 제외하기도 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역시 7일 사전 업무보고에서 “(ETF 허용은) 앞서나간 것 같다”면서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있다는 것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원회를 통해 논의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가상자산 ETF 허용에는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내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법인계좌 허용 등 업계가 요구하던 현안에 접근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속도 면에서는 결국 기약 없는 기다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아직까지 가상자산 시장을 영리 기업이 진입하기엔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도 “법인계좌의 단계적 허용은 좋은 신호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업계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속도감있게 전개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단계적 허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현물 ETF에 대해서도 “기약없는 기다림이 계속될 것 같다”는 다소 회의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ETF가 허용되면 금융상품이 추가되는 상황인 만큼 제도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차라리 미국에서 가상자산 증권성에 대한 판단이 빨리 나와야 국내에서 허용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법인계좌의 단계적 허용과 마찬가지로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의 법인계좌에 대한 단계적 허용 추진 및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선긋기가 당국 규제 방향성의 정합성을 위한 속도 조절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현물 ETF가 허용되면 법인이 간접적으로나마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곧바로 생기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법인계좌의 단계적 허용은 의미없는 일이 된다”면서 “이 때문에 우선 법인계좌의 단계적 허용을 진행하면서 ETF에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 발표를 통해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에 대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신규 먹거리로 점찍었던 국내 자본시장도 당국의 눈치를 보며 물 밑에서 준비하는데 그칠 공산이 크다. 앞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가상자산 현물 ETF를 신규 사업 중 하나로 지목한 바 있는데, 당국이 보수적 입장을 취하며 사실상 공식적 사업 추진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지난해 비트코인 현물 ETF 등이 허용됐기 때문에 모든 운용사들이 관련 스터디는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도 “당국에서 일단 아무런 언급이 없고, 또 당국이 (운용사들이 현물 ETF를 추진하는 것을) 싫어하는 눈치기 때문에 당장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준비 등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내 증시 밸류업과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이 상충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가상자산 현물 ETF에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투데이/이시온 기자 (zion030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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