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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법조계와 정치권을 둘러싼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진보·보수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양측이 '법적 대응'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해 장외 여론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찰청 국사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를 직권남용·청탁금지법위반·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이 의원이 전날 소셜미디어(SNS)에 "당과 국수본 간 메신저 역할을 하느라 전화기에 불이 나고 회의가 이어졌다"고 쓴 것과 관련, 민주당이 국수본과 내통하고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보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 불출석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 22명을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에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당 국회의원·지방의원 8명과 유튜버 4명을 '내란선전죄' 혐의로 국수본에 고발했다. 이들이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내란 행위를 정당화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며 내란을 선전했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을 무고와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국수본에 고발했다.
이와 같은 정치권의 고소·고발 난타전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계엄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법적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계엄 선포 이틀 후, 민주당은 곧바로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8명을 내란죄로 고발했다. 이후 비상계엄에 관여한 인물들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도 잇따르며 고발 건수가 급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고 국론이 두쪽으로 분열되면서 양 측의 고소·고발전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계엄 사태와 관련된 수사 상황이 진행될 때마다 법적 공방은 더욱 격렬해졌다.
실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 구성에 관여했던 석동현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민주당은 석 변호사를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했다. 또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자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하자 관련자에 대한 고발은 또다시 활발해졌다. 당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경호처에 막혀 불발됐는데, 민주당은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김성호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국수본에 고발했다. 반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영장 발부 자체가 위법하다며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국수본부장, 공수처 검사 등 1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론 분열로 인한 극단적 대립 속에서 진보, 보수 세력이 최후의 수단인 법적 대응을 선택하고, 이를 여론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상이 사법부에 과도한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고소·고발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건 상대를 끝장내겠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서로 이견을 조율하거나 협의하지 못하고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법을 통해 서로를 공격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이뤄지지 않은 고소·고발 난타전만 이어지면서 상황이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과도한 고발로 인해 법적 시스템이 과부하에 직면할 우려가 있고, 사법을 정치화시키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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