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연평균기온 14.5도로 113년 만에 ‘최고’…바닷물 온도 상승이 주범
서울·부산 등 전국 주요도시 평균기온 ‘역대급’
9월까지 이어진 열대야
2월 강수량이 8월보다 많아… 11월엔 기록적 폭설
기상청은 9일 발표한 ‘2024년 연 기후 특성’에서 지난해 연평균기온이 종전 기록(2023년 13.7도)보다 0.8도 높았다고 밝혔다. 2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024년 9월 18일 서울 잠실 네거리 전광판에 기온이 표기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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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대구·인천·목포·강릉 등 1900년대 초부터 관측을 시작한 6개 지점에서도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전국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는 물론, 1911년 마지막 관측소인 강릉이 들어선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도 서울(14.9도), 인천(14.2도), 춘천(13.1도), 대전(14.9도), 대구(15.8도), 광주(16.0도), 부산(16.7도), 제주(18.2도) 등 대부분 주요 도시의 평균기온이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모든 월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고, 그중 5개월(2·4·6·8·9월)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9월은 월평균기온이 24.7도로 평년보다 4.2도나 높았다. 열대야도 9월까지 이어지며 연간 열대야일수는 평년(6.6일)의 3.7배인 24.5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폭염일수도 30.1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강릉(35일), 청주(46일), 대전(43일), 전주(46일), 부산(22일), 제주(42일) 등에서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열대야는 서울(48일)과 인천(46일), 충주(17일), 청주(52일), 전주(41일), 광주(37일), 부산(55일), 제주(75일) 등에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제주시 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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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록적 더위의 주요 원인은 높은 해수면 온도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면 연평균 온도는 18.6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보다 1.3도 높았다. 특히 9월 해수면 온도는 27.4도로 10년 평균(24.2도)보다 3.2도나 높아 다른 달에 비해 편차가 가장 컸다.
뜨거운 바다는 한반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바닷물을 거쳐 한반도로 유입되는 공기가 더욱 뜨거워졌고,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으면서 9월까지 무더위가 이어졌다. 티베트 쪽 눈덮임이 적었던 것도 티베트고기압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강수량은 1414.6㎜로 평년과 비슷했으나 시기별 강수 패턴이 크게 달랐다. 통상 비가 적게 오는 2월에 102.6㎜의 강수량을 기록해 평년(35.7㎜)의 3배를 기록했다. 반면 장마철인 8월은 87.3㎜로 평년(282.6㎜)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1973년 이래 처음으로 2월 강수량이 8월 강수량을 웃돌았다.
수도권지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2024년 7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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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강수량(602.7㎜)은 평년(727.3㎜)의 82.5% 수준으로 적었지만, 그중 78.8%(474.8㎜)가 장마철에 집중됐다. 1973년 이래 가장 큰 비율이다. 장마철에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다량의 수증기와 절리저기압에 동반된 찬 공기가 정체전선 주변에서 충돌하며 대기 불안정이 강화됐다. 7월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는 시간당 146㎜의 폭우가 쏟아졌다.
11월에는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서울(11월 28일 일최심적설 28.6㎝)과 인천(26.0㎝), 경기 수원(43.0㎝)에서 11월 일최심적설 최고치가 경신됐다. 이 폭설 역시 서해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높아 찬 공기가 남하할 때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눈구름대가 잘 발달한 탓이었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록적인 열대야와 집중호우, 이례적인 11월 대설 등 다양한 형태의 이상기후를 경험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기상재해로부터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우선적으로 대응하고, 기후변화의 과학적 원인 분석과 정보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난해 기후특성을 담은 보고서를 내달 말 발간할 예정이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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