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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등굣길이 불안해요"…탄핵 찬반집회에 한남동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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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아들이 통학길에 사람들이 많아서 불편하다고 하네요. 앞으로 계속 이래야 할 것 같은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연일 이어지면서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관저 진입로를 따라 자리한 한남초등학교의 경우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학교 주변에 몰리면서 방과후학교를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한 등굣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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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초등학교 울타리에 붙은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의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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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초는 주변 집회로 인해 안전이 확보되지 않자 지난 6일 방과후교실을 취소하고 6∼7일 예정됐던 예비소집 행사도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현재 방학 기간이지만 한남초는 돌봄교실과 늘봄학교 등에 70여 명이 등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9일) 학교 정문 옆 울타리에는 '불법영장 육탄저지' 등 살벌한 느낌의 구호가 적힌 피켓이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경로에는 경찰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집회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탄핵 무효' 등의 구호는 고스란히 들려왔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등굣길을 따라나선 강 모(47) 씨는 아들이 정문에 들어갈 때까지 손을 꼭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들이 소음 때문에 시끄럽다고 이야기한다"며 "집회 참석자가 지나가는 사람을 때렸다는 뉴스를 보니 불안하기도 해서 혼자 통학할 수 있는 나이지만 당분간 같이 다니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집회 현장 주변에 회사가 있는 직장인과 소상공인들도 매출 감소와 쓰레기 문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자동차 매장은 차량 주변에 앉지 말라고 부탁해도 듣지 않는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경찰에 통제선 설치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루터교회 인근 패션회사 직원 박 모(47) 씨는 "건물 입구에 앉아서 담배를 피운 뒤 화분에 꽁초를 버리는 분들도 있고, 와서 소변을 보는 분들도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박 씨는 "시위 현장에서 노래를 틀고 있으면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심한 스트레스를 겪다 연차를 낸 동료 직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요 집회 장소인 일신홀 인근 주유소 직원 A 씨는 "시위가 시작되고 매출이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다른 주유소는 10분의 1로 줄어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더라. 시위 장소 바로 옆이라 장사가 안 돼서 문을 닫는 모습도 봤다"고 털어놨습니다.

집회로 인한 잦은 교통 통제도 시민들의 불편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한 주민은 경찰이 세워둔 차벽과 집회 인파로 차로가 좁아지면서 한남대교에서 루터교회까지 약 4㎞ 거리를 이동하는 데 40분이 소요됐다는 경험담을 들려줬습니다.

30년 경력의 택시기사 A(75) 씨는 "집회가 시작되고 통행이 막히니까 한남동으로 간다는 콜이 들어와도 잡기가 꺼려진다"며 "대학병원이 있다 보니 많으면 하루에 10번 가까이 한남동을 들리는데, 집회가 시작된 뒤로는 한남동을 가자고 하면 '가는 데까지만 가보자'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집회 현장 주변 아파트 주민들과 공인중개사들도 시위로 인한 소란이 집값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우려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20년 이상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했다는 70대 남성 B 씨는 "원래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는데 계엄까지 겹치며 상황이 말도 못 한다"며 "거래를 위해 사무소를 찾는 고객들도 집값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건넨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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