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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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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골목 빠져나오는 순간 '쾅'…꼬리 길었던 '합의금 사냥꾼'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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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일 오후 5시 대전시 중구 중촌동의 한 골목. 택시기사 A씨는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접어들었다. 이때 오른쪽에서 자전거를 탄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 택시와 부딪혔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넘어진 남성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당장에라도 경찰이나 119에 신고할 것처럼 엄살을 부렸다. 놀란 택시기사는 사건이 확대할 것을 우려해 남성이 요구하는 대로 현금 20만원을 주고 현장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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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7월 대전시 중구 선화동의 한 인도에서 자전거를 탄 남성(노란색 동그라미)이 횡단보도 앞에서 자전거에 앉아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물색하고 있다. [사진 대전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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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19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도 자전거를 탄 남성이 골목에서 나오는 택시와 부딪히면서 넘어졌다. 남성은 이번에도 택시기사로부터 돈을 받고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사고를 마무리했다. 12월 1일과 19일에 발생한 교통사고의 공통점은 같은 장소, 같은 자전거에다 피해자가 동일하다는 점이었다.



사고 유도한 뒤 5만~20만원 소액 요구



대전중부경찰서는 중구 지역에 소재한 택시회사 기사들 사이에서 “(어떤 남성이) 고의로 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합의금을 받아 챙긴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경찰은 동일한 남성이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달간 CCTV 분석과 추적을 통해 경찰은 피의자로 추정되는 B씨(60대)를 검거한 뒤 상습사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8년여간 27차례에 걸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치료비와 합의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과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면 오히려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고 판단, 5만~20만원 정도의 적은 돈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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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5일 대전시 중구 선화동의 골목에서 한 남성(왼쪽 동그라미)이 골목에서 빠져 나오는 차량(오른쪽 동그라미)과 부딪히기 위해 자전거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사진 대전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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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B씨는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불법 유턴하는 차량,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일시 정지하지 않는 차량을 골라 고의로 충돌했다. 해가 진 뒤에는 골목에 자전거를 숨겨뒀다가 자동차가 오면 타고 나오는 척하며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다. 어두워지면 운전자들이 전방을 확인하기 어렵고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 대부분이 신고 대신 합의금을 주고 사건을 끝내려는 심리를 이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과거 택시기사 경험…신고 못 한다는 점 악용



과거 3년간 택시기사로 일했던 B씨는 범행대상으로 택시를 골랐다. 택시 운전기사의 경우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보험료가 크게 인상되고 형사처벌(벌금 등)을 받게 되면 해고되거나 신규 취업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택시의 경우 인명 피해를 동반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행정처분을 받고 영업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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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11월 25일 B씨는 대전시 중구 선화동의 한 인도에서 자전거에 앉아 기다리다 골목에서 빠져나오는 택시와 충돌한 뒤 넘어졌다. 당시 골목에서는 승용차 2대와 택시 1대 등이 순차적으로 빠져나왔지만 B씨는 승용차 2대가 지나간 뒤 마지막에 도로로 진입하던 택시와 부딪혔다. 사고 지점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로 운전자는 일시 정지한 후에 도로로 진입해야 한다.



경찰 "고의 교통사고 의심 때 즉시 신고해야"



대전중부경찰서 염장균 교통범죄수사팀장은 “피의자는 과거에도 같은 수법으로 합의금과 치료비를 받아낸 전력이 있다”며 “운전자들은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고의 교통사고가 의심되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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