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삼성-미래에셋-키움증권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 추정
美증시 투자 몰리며 수수료 증가
“올해 실적 국내 증시 회복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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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증권사 4곳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동학개미’ 열풍이 불었던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미국 증시로 투자자가 몰리며 해외 주식 수수료가 증가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 등이 완화된 영향이다. 다만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해선 국내외 리스크 완화를 통한 시장 회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4곳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261억 원으로 전망됐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한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동학개미’ 열풍으로 일컬어지는 주식 투자 붐이 일었던 영향으로 증권사들도 호실적을 올렸다.
3년 전과 달리 지난해 실적은 미국 등 해외 주식 시장으로 떠난 ‘서학개미’들이 견인했다.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나면서 해외 주식 수수료가 증가하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많아졌다. 보통 해외 주식 수수료율(0.25∼0.30%)이 국내 주식 수수료율(0.04%)보다 월등히 높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 현황을 보여주는 한국예탁결제원의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121억 달러(약 163조1615억 원)에 달한다. 2023년 말(680억 달러) 대비 64.8% 증가했다.
부동산 PF 위기가 한고비를 넘기면서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도 축소됐다.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금리와 원-달러 환율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실적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주식위탁매매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자산운용 등으로 수익 다각화가 이뤄져 있고 해외 시장 진출도 활발하긴 하지만 결국 국내 증시가 활성화돼야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 주식 투자가 대폭 늘어났지만 지난해 국내 시장은 침체된 흐름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9조3700억 원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 3월에는 22조 원대까지 늘었으나 7월(19조4700억 원)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및 코스피 하락과 맞물려 10월(15조7800억 원), 11월(16조8900억 원) 하락세를 그리다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진 12월에는 15조2800억 원으로 지난해 연중 일평균 거래대금이 가장 적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실적은 시장의 영향이 큰 만큼 올해 증시 동향과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연금,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지만 근간은 국내 증시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나 환율 등 금융시장의 여건이 좋아져야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시장이 활성화돼야 증권사들의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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