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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3년 지나서야… 숙대 “김건희 석사 논문 표절”[횡설수설/우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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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은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다. 독일 청기사파 화가인 클레의 작품 세계를 분석했다. 숙명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이 논문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검증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표절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작가 연보, 첨부된 그림, 참고 문헌을 제외하면 43쪽에 불과한 짧은 논문이다. 그런데도 이 논문 검증에 석사 논문을 하나 새로 쓰고도 남을 시간이 걸렸다.

▷김 여사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은 2021년 12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일 당시 처음 제기됐다. 그 이후 숙명여대 민주동문회가 자체 검증한 바에 따르면, 해당 논문의 표절률은 48.1∼54.9%였다. ‘제노바에서는 난생처음으로 보는 바다와 항구에 감동했고…’ ‘이탈리아 여행은 클레에게 뮌헨에서의 3년간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했다’ 등처럼 다른 논문, 저서와 6개 단어가 연속으로 일치하거나 동일한 내용인데 단어만 살짝 바꿔치기한 경우들이다. 이런 내용이 과연 학술적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러운데 이조차 남의 글을 베꼈다는 것이다.

▷숙명여대는 2022년 2월 예비조사를 거쳐 그해 12월 본조사에 착수했다. 규정상 석 달 안에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두 해가 지나도록 감감이었다. 학생, 동문이 나서서 조사를 촉구했지만 정부가 대학의 돈줄을 꽉 틀어쥔 상황에서 시퍼런 권력자의 심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나 보다. 지난해 9월 김 여사 논문 검증을 공약한 신임 총장이 취임하고서야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새로 구성됐고, 석 달 만에 표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야….”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숙명여대는 국민대에 비하면 그나마 체면을 덜 구겼다. 김 여사는 숙명여대 석사에 이어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과정 중에 발표한 논문 ‘온라인 운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관한 연구’는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엉터리 번역해 함량 미달 논란을 불렀다. 박사 학위 논문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는 점집 블로그 등을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국민대는 2022년 8월 관행이었다는 취지로 이들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봤다.

▷김 여사는 짜깁기 석·박사 학위를 바탕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등 경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실수였다고 강변했을 뿐, 학문적 양심에 반한 행위였다는 반성은 없었다. 정직성, 성실성은 최소한의 연구 윤리이다. 학위만 수집했을 뿐, 윤리적 책임감을 배우지 못한 것이 오늘의 비극을 낳았을 것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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