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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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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내정간섭’에 침묵… EU, 트럼프 눈치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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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 반발 속 소극적 태도 일관

정치적 목소리 실종 지적 이어지자

“논쟁 부추기지 않는 게 우리 선택”

일각, 트럼프 2기 실세 의식 분석

美와 갈등 비화 가능성 우려한 듯

英·獨 이어 노르웨이·스페인도 비판

마크롱도 “유럽 민주적 절차에 개입”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노골적인 ‘내정간섭’ 행보에 유럽 국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유럽연합(EU)은 회원국에 대한 정치간섭 논란에 함구하고 있다.

세계일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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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파울라 핀노 EU 집행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럽 정상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EU의 정치적 목소리는 실종됐다’는 지적에 “현재로서는 논쟁을 부추기지 않겠다는 게 우리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답했다.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머스크의 언행에 대한 EU 대응 계획을 묻는 질문에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한 데 이어 또다시 수동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집행위의 소극적 태도를 두고 머스크가 곧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고 실세가 된 점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집행위가 머스크의 발언을 비판하거나 엑스를 상대로 EU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규제 등을 적용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대안당(AfD), 영국개혁당 등 유럽 극우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해당 국가 정상을 SNS를 통해 조롱하는 머스크의 행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이에 대응해 목소리를 내는 유럽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머스크의 공격대상이 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외에 프랑스, 노르웨이, 스페인 등이 머스크의 선을 넘는 행보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프랑스 주재 각국 대사 초청행사에서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SNS의 소유자가 민주적 진보에 반하는 국제적인 운동을 지지하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선거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그는 유럽 대륙의 민주적 절차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머스크를 초청해 환대했으며, 올해 2월 파리에서 열릴 인공지능(AI) 관련 정상회의에도 이들을 초청하는 등 머스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머스크가 유럽 극우 정당들에 대한 노골적 지지를 이어가자 결국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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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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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가르 스토어 노르웨이 총리도 “SNS에 상당한 접근 권한과 막대한 경제적 자원을 가진 사람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비판에 나섰다.

스페인은 필라 알레그리아 정부 대변인이 “엑스(X·옛 트위터)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절대 중립을 지키고 무엇보다도 어떤 종류의 간섭도 없이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스크가 5일 엑스에 스페인 내 성폭행 혐의로 수감된 외국인 통계를 언급한 데 대한 반발이다.

머스크의 타깃이 된 영국은 공격의 빌미가 된 미성년자 성범죄 문제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BBC방송은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이 “올해 봄 발의할 ‘범죄치안법안’에 아동 성학대를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하면 직업적, 형사적 제재를 받는 내용을 포함하겠다”고 전날 하원에서 밝혔다고 7일 보도했다. 머스크는 앞서 자신의 엑스를 통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008∼2013년 왕립검찰청(CPS) 청장이었을 때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비난하며 재조사와 스타머 총리 사퇴를 주장했다. 머스크의 문제 제기로 10여 년 전 미성년자 그루밍 성착취 사태를 둘러싼 논쟁이 현재 영국에서 재점화된 상태로 보수당, 영국개혁당 등 보수 야당은 전국적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부화뇌동한다”며 야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제도적 보완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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