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방해 마… 캐나다엔 경제 강압
취임 전 인질 석방 무산시 중동에 지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의 개인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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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싫다고 누차 말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파나마운하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빼앗는 데 군대를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웃 나라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한 고율 관세 부과 위협도 반복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연방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 다음 날인 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러라고의 개인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폭넓은 질문에 대답했다.
자국 이익을 공세적으로 챙기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의지는 이날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를 장악하기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럴 수 없다. 그 둘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나는 확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것은 말할 수 있다. 경제적 안보를 위해 우리는 그것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특히 그린란드 주민이 독립 또는 미국으로의 편입을 투표로 결정하게 될 경우 덴마크 정부가 이를 방해하면 아주 높은 관세를 덴마크에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집권 1기 때부터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라고 제안해 왔다.
파나마운하 반환 요구 명분은 비싼 사용료다. 미국이 운하 통제권을 파나마에 넘긴 것은 최근 별세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이날도 트럼프 당선자는 파나마가 미국에 과도한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파나마운하 문제를 현재 그들(파나마 측)과 논의하고 있다. 그들은 협정의 모든 면을 위반했고, 도덕적으로도 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운하 보수를 위해 미국이 30억 달러(약 4조3,000억 원)를 지원해 줄 것을 원한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을 중국에서 받아 가지 그러냐’고 했다”고 부연했다. “중국이 파나마운하를 장악하고 있다”는 언급도 또다시 내놨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연설에서 “나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목표 실현을 위해서라면 군대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그의 태도는 취임 뒤 전쟁을 피하겠다는 약속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의 개인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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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불법 이민과 마약의 미국 유입을 막는 데 협조하지 않을 경우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놨던 캐나다와 멕시코를 향해서는 자신의 경고를 환기시켰다. 트럼프 당선자는 최근 본인이 고관세 부과 구상과 함께 미국으로의 편입 가능성까지 거론했던 캐나다를 상대로도 군사력을 쓸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경제적 강압(을 활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멕시코와 관련해선 “우리는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멕시코를 많이 돕고 있다. 멕시코만의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중동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발언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오는 20일 자신의 취임식 전까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이 석방되지 않는다면 “중동에 지옥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하마스를 압박했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은 96명으로 알려져 있다.
압박은 동맹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에 지출해야 한다고 이날 주장했다. 기존 가이드라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지 말고 각국이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라는 요구였다.
트럼프 당선자의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해 11·5 대선 승리 뒤 두 번째다. 원래 아랍에미리트(UAE) 억만장자 후세인 사지와니 ‘다막(DAMAC)자산’ 회장이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발표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지난달 16일 대선 승리 뒤 첫 회견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1,000억 달러(약 143조6,000억 원) 대미 투자 계획 발표가 목적이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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