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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앵커칼럼 오늘] 길은 외줄기, 민주당 삼백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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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가 "길을 잃었다"고 하자 여왕이 호통칩니다.

"너의 길이라고? 여기 있는 길은 모두 나의 길이야!"

걸핏하면 사형을 들먹입니다. 앨리스와 크로켓 게임을 벌이다 카드 병정이 공을 놓쳐 버립니다.

"단두대에 세워라!"

처음엔 호감을 느꼈던 앨리스도 고이 두지 않습니다.

"얘야, 경고한다. 내 심기를 건드리면 목을 잃을 거야! 알았어?"

프랑스 혁명 직후 공포 정치의 대명사 로베스피에르가 말했지요. '폭군의 잔인함은 그저 잔인함일 뿐이지만 공화국의 잔인함은 미덕이다.' 미덕의 기준은 로베스피에르 자신이었습니다.

노시인이 당부합니다. '개 조심하게, 그 집 개 사나우네. 몸 조심하게, 바깥 날씨 여간 아닐세.'

공수처가 우왕좌왕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뒤 다시 체포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수사권은 그대로 쥔 채 영장 집행만 경찰에 떠넘기려다 면박만 들었지요.

수사 혼선과 분란만 실컷 키워 놓고 능력 부족을 실토했습니다. "쉰 명이 2백 명 스크럼을 어떻게 뚫겠나. 영장 집행의 전문성은 공수처에 없다." 알면 애초에 나서질 말아야지요.

그간 공수처가 접수한 사건 8천8백 건 중에 직접 기소한 건 넷뿐입니다. 구속영장도 이번에 정보사령관 영장을 받은 게 처음입니다.

'검수완박'을 서두르느라 졸속으로 공수처를 출범시킨 민주당의 업보입니다. 다른 수사기관과 업무 구분이 모호한 데다, 공수처법 자체도 구멍투성이입니다.

내란죄 수사권을 경찰한테만 줬던 것도 수사권 논란을 초래했습니다. 그래 놓고는 공수처장이 '바보' '엑스 맨' 이랍니다. 공수처장 탄핵과 공수처 존폐까지 들먹입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하지 않은 이유도 공수처법에 근거합니다. 그런 최 대행 입장을 이재명 대표는 '제2의 내란 행위'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탄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대행의 대행까지 고발하고 몰아내면 어쩌자는 건가요. 지금 나라가 가야 할 길은 오로지 민주당의 길뿐이라는 걸까요. 그런 길엔 역풍이 불기 마련입니다.

1월 7일 앵커칼럼 오늘 '길은 외줄기, 민주당 삼백 리'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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