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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공항 콘크리트 둔덕 없앤다…박상우 국토부 장관 “사태 마무리되면 물러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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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록장치 일주일 내 1차 분석 가능

중앙일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유가족을 상대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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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책임을 느낀다며 사의를 밝혔다. 국토부는 공정한 사고 조사를 위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서 국토부 출신 인사를 배제키로 했다. 또 무안 제주항공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의 ‘콘크리트 둔덕’을 제거하는 등 개선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여객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방위적인 항공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항공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이번 참사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브리핑 후엔 “책임 있는 당국자로서 적절한 처신을 할 생각이고, 적절한 방법과 시기를 상의 중”이라며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유가족 요청을 받아들여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서 국토부 전ㆍ현직 관계자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항공철도 사고가 발생하면 항공철도사고조사법률에 따라 사조위가 독립조직으로 설치되지만, 분과 상임위원에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등이 당연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관건 중 하나가 로컬라이저 구조물 안전성 확보 여부인 만큼, 공항시설 관리 당국인 국토부 관계자는 사조위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유가족은 지적해왔다. 앞서 유가족 측은 “‘셀프 조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국토부 관계자를 조사에서 배제하거나 별도 조사기구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날 장만희 사조위 위원장(전 국토부 항공교통본부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상임위원인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이날부로 사고 조사 등 위원회 업무에서 배제됐다. 박 장관은 “사고 조사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희생자 가족들을 비롯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다”며 “보험회사가 의혹을 제기하면 보험금 지급에 난항을 겪을 수 있는 만큼 한 점 의혹 없이 사고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유가족뿐만 아니라 저희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아울러 “로컬라이저 구조물(콘크리트 둔덕)은 규정 준수 여부를 떠나 안전을 보다 고려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뿐 아니라 여수, 포항ㆍ경주, 광주국제공항 등에도 현재 콘크리트 둔덕이 방위각 시설을 떠받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활주로 주변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각 공항 로컬라이저 구조물 재시공 등을 포함해 개선 방안을 빠른 시간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전국 공항 대상으로 활주로 주변 항행안전시설의 위치 및 재질 등에 관한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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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의 안전한 착륙을 돕는 일종의 안테나 장비 시설이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를 받치는 구조물이 딱딱한 콘크리트 둔덕으로 설치돼 사고기가 충돌하며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해당 로컬라이저는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당시부터 높이 1.8mㆍ폭 0.26mㆍ너비 3m의 콘크리트 기둥 19개를 사용한 둔덕 위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한국공항공사가 2020년 5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개량 사업을 시작해 2023년 9월~지난해 2월 기존 콘크리트 기둥 19개 일부를 깎고 그 위에 두께 0.3mㆍ폭 42mㆍ너비 3.4m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로 덧댄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찰 당국도 콘크리트 둔덕으로 설계된 이유 등을 수사하고 있다”며 “시공 경위에 법적인 문제점이 없었는지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이날 “국내외 규정을 검토한 결과,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콘크리트 둔덕)이 현행 규정에 위배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해 있고, 구역 밖 시설에 대한 재질ㆍ형상에 대해 별도 규제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 실장은 “규정 위배 여부와 관계없이,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최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설치돼야 하는데 공항 관리 차원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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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국토부는 아울러 이번 사고의 1차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라고 재확인했다. 이승열 사조위 사고조사단장은 “이번 사고의 중점 조사 방향이 버드 스트라이크”라며 “사고기 엔진에서 새 깃털 일부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엔진에 깃털이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지, 어떤 종인지 등을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블랙박스 중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는 큰 문제가 없다면 일주일 정도면 1차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조위는 앞서 음성기록장치(CVR)는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해 사고 당시 녹취록 작성을 완료했고, FDR은 미국으로 보내 분석할 예정이다. 이 단장은 “데이터 인출에 3일, 기초 분석에 이틀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며 “FDR 손상 여부가 심하지 않다면 일주일 내 1차 분석이 나오겠지만 손상이 심하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다만 “1차 분석 자료가 나와도 CVR과 CCTV 비행기록 등 모든 상황 분석을 맞추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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