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 프릴랜드, '트럼프 관세'에 트뤼도와 마찰 끝에 사의
코로나19에 과도한 언론 노출·인플레이션 등으로 인기 떨어져
6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2025.01.0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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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캐나다 역사상 최연소 지도자로 주목받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전격 사의를 표했다. 3연임에 성공했음에도 각종 구설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10년간 캐나다를 이끈 정치 스타가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을 종합하면 트뤼도 총리는 "당이 새 지도자를 선출한 후 당 대표와 총리직에서 사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유당이 새 대표를 선출하기 전까지 임시로 총리와 대표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2008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트뤼도는 2013년 자유당 대표로 취임했다. 당시 자유당은 3위로 밀려났으나, 이후 2015년 연방 선거에서 승리하며 트뤼도도 총리에 올랐다. 그의 정책 핵심 메시지인 '햇볕 정책'(sunny ways)이 보수당 집권에 피로해진 유권자들을 결집했다.
2015년 총리로 집권한 이후 트뤼도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다. 취임 직후 성평등 내각을 구성하며 그 이유에 "지금은 2015년이니까"라고 답하는가 하면 취임 한 달 만에 아내와 패션잡지 '보그' 화보 촬영을 하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 왔다. 6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며 다문화 사회라는 캐나다의 정체성을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나 이러한 행보는 총리를 지냈던 자신의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다문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7년 집권한 것도 호재였다. 진보적인 트뤼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던 것.
트럼프 당선인이 이슬람 국가에서 미국으로의 여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했을 때, 트뤼도는 "박해, 테러, 전쟁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캐나다 국민은 여러분의 신앙과 관계없이 여러분을 환영할 것"이라며 그들을 껴안았다.
또한 트뤼도는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 배경에는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가 있다. 그러나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맡고 있던 프릴랜드는 지난달 17일 트럼프 당선인의 캐나다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을 놓고 트뤼도와 마찰 끝에 사의를 표했다.
6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 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2025.01.0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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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트뤼도의 앞길은 2019년부터 삐걱댔다. 트뤼도가 대형 건설사 SNC-라발린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는 압박을 넣었다는 '수사 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장관들이 잇따라 사퇴했다.
아울러 2019년 인종차별적인 분장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2001년 밴쿠버 한 사립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트뤼도는 '아라비안나이트'를 주제로 한 행사에서 '알라딘'으로 분장하기 위해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얼굴, 목, 손 등을 검은색에 가깝게 칠했다. 트뤼도는 논란이 불거지자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즉각 잘못을 시인했다.
자유당은 2019년 선거에서도 다수당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하원에서 20석을 잃었다. 2021년 선거에서도 승리했으나 단독 과반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하며 제3야당인 신민주당(NDP)과 연합을 맺었다.
그러나 신민주당마저도 최근 인플레이션 대처 실패 등을 이유로 자유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 최근에는 트뤼도의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적인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캐나다의 다문화 이미지를 굳히는 데 일조한 난민 정책은 주택난·인플레이션과 겹치며 오히려 국민의 불만을 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매일 같이 언론에 스스로를 노출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정책에 반발하는 이들에게는 언론 노출이 외려 기름을 부은 셈이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국경 검문소를 마비시켰고, 비상사태 선포 및 대중 집회 금지 조처 등은 보수파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캐나다 총리에 관해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역사학자 J.D.M. 스튜어트는 로이터통신에 "그가 지금 매우 인기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하게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BBC도 "그는 9년 이상 집권하면서 캐나다에서 가장 오랫동안 총리를 지낸 사람 중 한 명이 됐고, 그의 정부에 대한 피로감과 좌절감이 일반적으로 퍼져 있다"고 평가했다.
최측근이 등을 돌린 데다 당 내외 의원들의 사퇴 압박, 낮은 지지율까지 갖은 악재가 겹치며 트뤼도는 사임을 결정했다. 자유당의 지지율은 23%까지 주저앉아 피에르 푸알리에브르가 이끄는 보수당과 20%포인트(p) 차이 나는 상황이다.
오타와 대학 정치학 교수인 제네비브 텔리에도 "그는 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집권한 것 같다"며 "트뤼도가 너무 많은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실망도 컸다"고 설명했다.
다만 퀸스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스테파니 쉬나드는 "트뤼도는 육아·보육 비용을 저렴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국가적 계획과 사회 프로그램을 펼쳤다"며 "트뤼도 시대를 실패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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