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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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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애플 내 얘기 엿들었니?”...한국 당국도 ‘시리’ 사실관계 확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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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애플 시리 로고


애플이 아이폰 등에 탑재된 음성 비서 ‘시리’(Siri)가 사용자의 사적 대화를 엿들었다며 제기된 집단 소송을 위해 9500만 달러(약 1400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국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향후 국내에서도 소송이 제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애플은 합의 제안서를 제출했다. 애플 기기 사용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시리가 작동되고 사적 대화를 녹음해 광고 업체 등 제3자에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고 주장해왔다. 시리는 ‘헤이, 시리’ 등 특정 단어를 언급할 때 저절로 작동된다.

원고 중 2명은 나이키의 ‘에어 조던’ 운동화와 특정 식당을 언급한 내용이 녹음돼 저절로 광고가 떴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원고는 의사와 수술에 대해 사적 대화를 나눈 뒤 해당 수술 관련 광고가 떴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범위는 애플이 ‘헤이, 시리’라고 하면 시리가 저절로 작동되는 기능을 도입한 2014년 9월 17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발생한 사례들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수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1인당 최대 5개의 기기에 대해 1개당 최대 20달러(약 2만 9000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미국 영토 내에서 해당 기기를 구입·소유했으며 이 기기에서 시리가 동의 없이 켜졌음을 입증해야 한다. 애플은 지급 요건을 충족하는 고객 중 3%에서 5% 정도에게 배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애플은 엿들은 대화를 삭제했음을 확인해야 하고, 시리의 개선을 위해 수집된 음성 데이터와 관련해 사용자의 선택권을 분명히 해야 한다.

9500만 달러는 지난해 기준으로 애플이 9시간 동안 벌어들이는 이익에 해당하는 액수에 불과하다. 또 소비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애플이 도청 및 기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15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대해 9500만 달러는 턱없이 적은 액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도 음성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둘러싸고 유사한 소송에 직면해 있다. 이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계류 중이며, 애플과 같은 로펌이 구글을 대리하고 있다.

2023년에는 아마존이 초인종 등에 설치되는 ‘링’ 카메라와 음성인식 비서인 ‘알렉사’가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3000만 달러(약 440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국내서는 이같은 AI 도청에 대한 소송 제기는 알려진 바 없으나, 국내에도 시리와 구글어시스턴트 서비스의 사용자가 많은 만큼, 유사한 소송이 제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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