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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르포] 초역세권인데 1억 원…자녀-부모 한 동네 사는 싱가포르 실버타운[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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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풍 애드미럴티 전경. (출처=WOH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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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미럴티 역과 연결된 1층 광장. 캄풍 애드미럴티 입주민 뿐 아니라 주변 단지 주민들도 이곳에서 식사와 쇼핑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사진=한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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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보낼 수 있는 11평 아파트를 1억 원에 분양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지하철역 5분 거리 초역세권 입지에 의료시설과 편의점, 카페, 음식점이 갖춰진 데다 자녀 집도 가까워 언제든 손주를 만날 수 있는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면.

싱가포르 정부는 이렇듯 시니어를 위한 이상적인 주거 환경을 최초의 복합 공공주택 프로젝트인 ‘캄풍 애드미럴티’를 통해 구현해냈다. 본지는 국내 자산운용사 중 부동산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실버하우스 업무를 하고 있는 전문가와 함께 싱가포르를 찾아 국내 실정을 짚어보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공동으로 모색했다.

지난 해 12월10일 싱가포르 시내에서 40여 분을 이동해 MRT(간선철도) ‘애드미럴티’ 역에서 내리자 캄풍 애드미럴티가 나왔다. 역과 연결된 통로를 따라 걸으면 단지 1층 광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3500평 규모의 광장에는 세븐일레븐, 스타벅스, 샌드위치 매장을 비롯해 안경점, 긴급 의료 센터 등이 갖춰져 생활 편의시설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편리함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베리어프리(barrier-free)’ 설계다. 애드미럴티 역부터 광장까지 전동 휠체어와 노인용 보행기, 휠체어 등 보조 이동 수단을 사용하는 고령자들이 많았는데, 문턱이나 계단이 없는 구조로 시공돼 이동에 제약이 없었다.

오후 12시가 되자 점심을 먹기 위해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과 청년, 노인 등이 광장을 가득 매웠다. 입주자 뿐 아니라 주변 단지에 거주하는 이들도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거나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분위기였다.캄풍 애드미럴티에 거주 중이라는 Tan(77)씨는 “아들네가 옆 아파트에 살고 있다. 주 1~2회는 여기(캄풍 애드미럴티)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는데, 손주 얼굴을 자주 보니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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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풍 애드미럴티 2층에 위치한 호커센터(Hawker Centre).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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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풍 애드미럴티 입주자 가구 내부 모습. (완쪽) 침실, (오른쪽) 거실 . (사진=한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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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풍 애드미럴티 7층 중앙 정원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 시설. (사진=한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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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완공된 캄풍 애드미럴티는 싱가포르 최초로 의료·건강·상업시설이 결합된 실버타운이다. 단지명 ‘캄풍’은 말레이어로 ‘마을’을 의미한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보건부(MOH), 육상교통청(LTA) 등 7개 정부 부처가 노인과 자녀 세대 간 통합을 이루고자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10여 개의 공공주택 단지 중심에 실버타운을 만들어 노년층 부모와 결혼한 자녀 세대 등 3대가 한 마을에 살며 생활할 수 있는 세대통합형 주거 단지를 만들었다.

지상 11층, 2개 동에 전용면적 36㎡(11평) 규모의 공공주택 104가구와 1만㎡의 커뮤니티 시설로 구성됐으며 2층은 음식점이 밀집한 호커센터(Hawker Centre), 3~4층은 메디컬센터로 지어졌다. 6~7층에는 액티브 에이징 시니어 센터, 헬스케어 센터, 유치원을 함께 배치해 세대 간 화합을 도모했다. 옥상에는 커뮤니티 팜(farm)을 조성해 입주자들이 정원을 가꾸고 친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싱가포르는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입주자에게 매매하는 형태다. 싱가포르 국민의 80% 이상은 HDB가 지은 공공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주공아파트의 대다수의 국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 HDB 아파트는 99년 임대 방식으로 매매 된다. 노인은 5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15년~45년 사이의 임대가 가능하다.

캄풍 애드미럴티의 경우 55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하며, 계약에 따라 최장 30년 간 거주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 부양은 가족 돌봄을 원칙으로 하는 대신, 부모와 자녀가 인근에 거주하면 보조금과 청약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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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B 주택전시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공공 주택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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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B 주택전시관을 방문한 예비 입주자들이 분양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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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기자가 방문한 HDB 주택전시관은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분양 상담을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만난 Ching(66)씨는 “HDB가 공급하는 시니어 주택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입찰 과정도 매우 편리하고, 무엇보다 주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형태의 실버타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2년 캄풍 애드미럴티를 찾아 세대통합형 실버타운을 국내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사업성 문제로 개발 주체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바뀌면서 현재는 멈춘 상태다. 민간에선 시행사 엠디엠이 경기도 의왕시 백운밸리 일원에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를 선보이고 세대통합형 실버타운 공급에 시동을 걸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이투데이/싱가포르=한진리 기자 (truth@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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