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계약갱신했어도 공종 완료 조항 우선
시공계획·팀장 고지로 완료 정황 확인
건설현장 일용직 계약해석 기준 제시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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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핵심은 근로관계 종료가 ‘해고’인지 ‘계약만료’인지 여부다. 법원은 “해고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모든 종류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의미한다”고 전제하면서, 해고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고 밝혔다.
D사는 E건설로부터 아파트 설비공사를 하도급받아 배관, 이중관배관, 지하주차장, 동지하 오배수 등 10여개 공종별 팀으로 나눠 공사를 진행했다. A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지하주차장 공종팀 소속으로 지하층의 소화 및 스프링클러 배관, 헤드설치 작업을 수행했다.
이들은 매월 근로계약을 갱신했는데, 2022년 11월 계약서에는 특수한 조항들이 포함됐다. 계약기간은 11월 30일까지였지만, ‘팀 단위 공사가 종료되면 계약기간과 관계없이 그 날짜를 계약종료일로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또한 ‘현장 작업여건상 근로계약기간은 1일 단위’이며 ‘공정, 작업지시 이행상황 등을 감안해 중도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회사는 11월 2일 A씨 등에게 다음 날부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A씨 등은 “지하주차장 공종이 끝나지 않았고, 최소 9개월의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며 부당해고를 주장했다. 근로자들은 10개월간 계속된 계약갱신을 근거로 ‘갱신기대권’을 주장했다. 갱신기대권이란 기간제 근로계약이더라도 계속적인 갱신과 근로관계 지속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면,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리다.
하지만 법원은 여러 객관적 정황을 근거로 지하주차장 공종이 실질적으로 완료됐다고 판단했다. 시공계획서상 해당 공사는 11월 완료 예정이었고, 팀장이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업무 종료를 예고했다. 특히 팀장을 포함한 전체 팀원의 계약이 일괄 종료됐고, 회사는 이후 해당 공종에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았다.
회사는 “동 출입구 특화도면 확정, 타워크레인 오픈구 건축 마감, 전기·통신 트레이작업 등 다른 공정과의 협의가 필요한 일부 작업을 제외하고는 배관공사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건축 진행 상황에 맞춰 지하횡주관, 보온, 난방코일 등 다른 공종팀의 작업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에 팀 단위 공사 종료시 계약이 종료된다는 점이 명확히 규정됐고 원고들도 이에 동의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당 팀의 작업이 종료되더라도 공사 전체가 끝날 때까지 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나 관행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계약 해석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계약서상 공종 종료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공종 완료 여부는 시공계획, 사전 고지, 인력 운용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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