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명 사망‥최악의 항공 참사
◀ VCR ▶
"어, 야야야 엔진 고장났다. 어떡해, 어머머."
[문인선/사고 목격자]
"엔진 쪽에서 이게 스파크가 탁탁 튀니까 큰 굉음이 한 네다섯 번 그 정도 펑펑 이렇게 터졌어요. 그래서 집이 울릴 정도였어요."
잠시 후, 바퀴도 내리지 못한 채 착륙을 시도한 여객기는 활주로를 지나쳐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했습니다.
[장대희/사고 목격자]
"이게 속도가 아예 줄지 않고 그냥 부딪히고 하더라고요. 벽에 부딪힐 때는 이게 크게 소리가 쾅 나면서 그냥 바로 폭발했습니다."
"꼬리 부분 있잖아요. 그쪽 부분만 좀 형체가 있고 나머지 부분은요, 형체를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태국 방콕에서 무안공항으로 돌아오던 제주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생존자는 단 2명이었습니다.
■ "메이데이" 그리고 4분
12월 29일 오전 8시 54분.
제주항공의 방콕발 무안행 7C2216편 여객기는 무안공항 관제탑에서 1번 활주로 착륙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항 중이던 걸로 추정됩니다.
긴급한 신호는 아니었고, 새 떼를 주의하라는 일반적인 수준의 경보였습니다.
[유경수/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 (2024년 12월 29일)]
"근데 이 경우는 단계를 나눠가지고 직접 경고를 표현하고 그런 건 아니고. 일단 '착륙 경로 앞에 새들이 이동하니까 주의하라' 이렇게 관제사가 지시를 한 겁니다."
그런데 잠시 뒤 뭔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항공기 엔진에서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엔진에서 '팡팡팡팡' 이렇게 해서 보니까 불꽃이 튀더라고요. 엔진에서 계속 튀더라고요."
직후인 8시 59분. 조종사는 위급 상황을 알리는 '메이데이'를 세 번 외쳤습니다.
[유경수/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 (2024년 12월 29일)]
"당초에는 착륙을 시도하다가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줬다고 합니다. 주고, 직후에 얼마 안 있다가 조종사가 '메이데이' 선언을 했다고 하고요."
관제탑에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고 어라운드", 즉 조류에 충돌해 다시 비행한다고 통보했고 1번 활주로를 벗어난 여객기는 고도를 높인 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급선회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1분 만에 맞은편 19번 활주로로 접근해 활주로 역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랜딩기어, 바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9시 3분쯤. 동체 착륙으로 길이 2천 8백 미터 활주로의 3분의 1지점에 내린 항공기는 활주로 바닥을 긁으며 질주했습니다.
[장대희/사고 목격자]
"속도가 이제 줄어드는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착륙을 하길래. 그냥 보고 있었는데 이게 속도가 아예 줄지 않고 그냥 부딪히고 부딪히고 하더라고요."
활주로 끝단을 지나친 항공기는 200여 미터 앞에 있던 4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딪힌 뒤 폭발했습니다.
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착륙하는 항공기의 진로를 안내하기 위한 방위각 시설, '로컬라이저'였습니다.
메이데이 선언 후 불과 4분 만에 벌어진 참사.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습니다.
생존자는 꼬리 부분에 타고 있던 승무원 2명뿐이었습니다.
[김인규/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4년 12월 30일)]
"마지막 단계에서 그 둔덕에 부딪히면서 굉장히 큰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걸 넘어서면서 동체가 동강이 나면서 바로 화재가 발생하고요."
탑승객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여행을 떠난 평범한 이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희생자 유족]
"아니기를 바랐죠. 딸하고 사위를 한꺼번에 잃어..."
[희생자 유족]
"우리 아들 어떡하냐고. 살려내, 살려내."
대학에 합격한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가족들도,
[희생자 유족]
"인하대 가려고 합격해 놓은 상태고, 작은 애는 이제 고1 입학하는데 사고가 났어."
엄마아빠와 함께 크리스마스 여행을 떠난 초등학생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했고,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이배/제주항공 대표이사 (2024년 12월 29일)]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저희 제주항공은 빠른 사고 수습과 탑승자 가족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 전남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오늘 0시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보냈습니다.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 (2024년 12월 29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정부 수반의 대행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송구한 마음입니다. 피해 수습,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습니다."
참사 현장이 보이는 활주로 철조망 밖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국화와 손 편지가 놓였습니다.
[김샛별/합동분향소 추모객]
"같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 아이들이 어찌 됐든 간에 너무 뜻하지 않게 빠른 길로 가게 되었으니 그거에 대한 마음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게오르크 슈미트/주한독일대사]
"여행을 떠나거나 사랑하는 이를 공항에서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말 여행이 이런 비극이 된 것에 연민과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 발생 1주일.
어젯밤, 동체 꼬리 부분에 대한 3차 수색이 끝나며 수색 작업은 마무리됐습니다.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 절차를 마친 일부 유가족들은 장례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할 핵심 열쇠가 될 블랙박스가 일부 훼손이 된 상태여서 분석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걸로 예상됩니다.
[주종완/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1월 1일)]
"파손된 비행기록장치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미 교통안전위원회와 협조를 통해 미국으로 이동하여 분석하는 방안을 오늘 합의하였고. 현재 시점에서는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 예단하기가 곤란하고요."
■ 조류 충돌과 콘크리트 '로컬라이저'
◀ VCR ▶
질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오상민/사고 목격자]
"육안으로 봤을 때는 한 50이나 100미터 정도 떨어져서 새 떼를 피해가려고 하는 모습. 근데 새 떼가 상당히 넓게 분포돼 있었어요."
그리고 왜 피해가 커졌는지입니다.
[데이비드 리어마운트/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 편집자]
"그렇게 딱딱한 것이 박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합니다. 저런 종류의 구조물은 저기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제주항공 참사의 1차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 즉 조류 충돌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습니다.
[유경수/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 (2024년 12월 30일)]
"조종사가 조류 충돌이라고 언급을 하면서 비상 선언을 하고 복행을 하겠다고."
무안공항 주변에는 무안저수지와 무안목포해안 등 철새 도래지 4곳이 있습니다.
운항 편수 대비 조류 충돌 비율이 국내 공항 중 가장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7일 전 발생한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
[기장 - 관제탑 교신음성]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아메리칸 1722편, 엔진 작동 불능..."
새가 빨려 들어가 엔진이 멈췄지만, 196명을 태운 여객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인명피해도 없었습니다.
2019년 갈매기 떼와 충돌한 우랄항공 여객기는 옥수수밭에 동체착륙을 했지만, 역시 230명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습니다.
그래서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 착륙이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점입니다.
1차 착륙을 시도할 때만 해도 제주항공 여객기의 바퀴가 내려와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랜딩기어는 엔진에 문제가 생겨도 작동되도록 2중 3중으로 보완 장치가 돼 있습니다.
[이근영/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MBC 뉴스특보, 2024년 12월 29일)]
"엔진에 조류 충돌이 있어서 엔진이 정지된다고 하더라도, 랜딩기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유압 시스템이 3개가 있기 때문에 그중에 하나만 작동돼도 랜딩기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 통상입니다."
2차 착륙 때 랜딩기어를 다시 내릴 여유조차 없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었을 가능성과, 기체에 문제가 생겨 통제 불능에 빠졌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정윤식/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랜딩기어'하고 '플랩(고양력장치)'도 내리지 않고 했다는 거죠. 바로 돌아서 내렸잖아요. 절차 중에 비행기를 바로 돌아서 내리는 절차는 없어요. 정말 급해서 죽거나 아니면 한 명이라도 살리거나 하는 절차예요."
그래서 제주항공의 무리한 운항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고 여객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 대만 등 6개국을 무려 13차례나 오간 걸로 확인됐습니다.
시간에 쫓겨 정비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항공기 정비와 관련해선 양보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김이배/제주항공 대표이사 (2024년 12월 31일)]
"저희가 19년에 정비사 숫자가 540명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당 12.0명이었는데요. 지금은 41대 기준으로 대당 12.6명입니다. 국토부에도 대당 기준이 있습니다. 12명, 12명 이렇게 돼 있는데요. 그 기준도 충족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동체 착륙 시도는 안정적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조종석 창문 안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있던 조종사의 모습이 모습이 보입니다.
[마르코 챈/영국 버킹엄셔 뉴 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
"조종사들은 초반 터치다운(착륙)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매끄러웠습니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이어질 만한 특별히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터치다운(착륙)은 괜찮았지만 비행기의 속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벽에 부딪혔습니다."
문제는 활주로 넘어 설치돼있던 로컬라이저였습니다.
항공기의 착륙을 유도하는 로컬라이저, 방위각 시설은 흙으로 덮혀 마치 둔덕처럼 보였지만, 내부에는 폭 30cm인 19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42미터에 걸쳐 박혀 있었고, 그 위에는 역시 콘크리트로 만든 세로 4.2미터, 두께 30센티미터의 상판이 얹혀 있었습니다.
공항안전규정에는 "공항 내 구조물은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국토부는 해당 시설이 종단안전구역 바깥에 설치돼 있어, 규정상으론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김홍락/국토교통부 공항정책관 (2024년 12월 31일)]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으니까 저희는 그 재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서 콘크리트 지지대를 갖다가 받친 거거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정의 문장만 지켰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사고가 난 무안공항 활주로의 종단 안전구역은 199미터로, 국제민간항공기구와 미국연방항공청 기준보다 짧았습니다.
[데이비드 수시/전 미국 연방항공청 안전검사관]
"공항은 비행기가 랜딩기어 없이도 착륙할 수 있도록, 그리고 활주로를 벗어난 잔디밭에는 장애물이나 장벽이 없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활주로 양 끝 쪽에 장애물이 없어야 합니다. 이번의 경우,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왜 콘크리트 구조물이 바로 그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사고 6개월 전, 공항공사도 안전구역을 더 길게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엄밀하게 사고 원인을 따져봐야 할 때, 인터넷에선 음모론이 퍼졌습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번 참사가 무속인과 관계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비상계엄 당시 "내란 지시를 받은 블랙요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계획된 테러라는 주장까지 내놨습니다.
[유튜버]
"이번 사건은 계획 테러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렇게 제보를 해왔습니다. 무안공항처럼 널널한 곳은 언제든지 원할 때 터뜨릴 기폭제들을 여기저기 설치할 수 있다."
기장과 부기장이 여성이었다는 허위 게시글에는 여성 혐오 댓글 수백 개가 달렸고, '보상금을 받아 횡재했다'는 등의 유가족을 향한 조롱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박한신/유가족협의회 대표 - 딸 통화 (2024년 12월 31일)]
"<아빠 그거 꼭 해야 돼 대표…?> 왜 악성댓글 많이 달렸냐? <안 하면 안 돼?> 왜 뭐라고 나왔어? <막… 사기꾼이라 그러고…> 울지 말고 얘기해. <가짜라고… 너무… 마음이 아파…> 그놈들이 뭐라 해도 아빠는 아빠 친동생이잖아. 내 동생이 하늘나라 갔는데 내 동생 때문에 신경 쓰는 거지. 내가 그런 놈들 악성댓글 때문에 내 동생 가는 길을… 할 수 있는 만큼은 아빠가 할 거야 힘들어도. 아빠가 그런 사고를 당했어도 병곤이도 이렇게 똑같이 했어…"
[김윤태/고려대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교수]
"미디어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가 떨어지게 되는 거고 타인에 대한 어떤 혐오 발언들이 더 증가하게 되고 그게 결국 사회 갈등들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우려하고 있고요."
임상재 기자(lims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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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야야야 엔진 고장났다. 어떡해, 어머머."
[문인선/사고 목격자]
"엔진 쪽에서 이게 스파크가 탁탁 튀니까 큰 굉음이 한 네다섯 번 그 정도 펑펑 이렇게 터졌어요. 그래서 집이 울릴 정도였어요."
잠시 후, 바퀴도 내리지 못한 채 착륙을 시도한 여객기는 활주로를 지나쳐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했습니다.
[장대희/사고 목격자]
"이게 속도가 아예 줄지 않고 그냥 부딪히고 하더라고요. 벽에 부딪힐 때는 이게 크게 소리가 쾅 나면서 그냥 바로 폭발했습니다."
[이정현/전남 무안소방서장]
"꼬리 부분 있잖아요. 그쪽 부분만 좀 형체가 있고 나머지 부분은요, 형체를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태국 방콕에서 무안공항으로 돌아오던 제주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생존자는 단 2명이었습니다.
■ "메이데이" 그리고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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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오전 8시 54분.
제주항공의 방콕발 무안행 7C2216편 여객기는 무안공항 관제탑에서 1번 활주로 착륙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항 중이던 걸로 추정됩니다.
이어 3분 뒤, 관제탑에서 '조류 이동' 주의 경보가 전달됐습니다.
긴급한 신호는 아니었고, 새 떼를 주의하라는 일반적인 수준의 경보였습니다.
[유경수/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 (2024년 12월 29일)]
"근데 이 경우는 단계를 나눠가지고 직접 경고를 표현하고 그런 건 아니고. 일단 '착륙 경로 앞에 새들이 이동하니까 주의하라' 이렇게 관제사가 지시를 한 겁니다."
그런데 잠시 뒤 뭔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항공기 엔진에서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고영우/사고 목격자]
"엔진에서 '팡팡팡팡' 이렇게 해서 보니까 불꽃이 튀더라고요. 엔진에서 계속 튀더라고요."
직후인 8시 59분. 조종사는 위급 상황을 알리는 '메이데이'를 세 번 외쳤습니다.
[유경수/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 (2024년 12월 29일)]
"당초에는 착륙을 시도하다가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줬다고 합니다. 주고, 직후에 얼마 안 있다가 조종사가 '메이데이' 선언을 했다고 하고요."
관제탑에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고 어라운드", 즉 조류에 충돌해 다시 비행한다고 통보했고 1번 활주로를 벗어난 여객기는 고도를 높인 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급선회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1분 만에 맞은편 19번 활주로로 접근해 활주로 역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랜딩기어, 바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9시 3분쯤. 동체 착륙으로 길이 2천 8백 미터 활주로의 3분의 1지점에 내린 항공기는 활주로 바닥을 긁으며 질주했습니다.
[장대희/사고 목격자]
"속도가 이제 줄어드는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착륙을 하길래. 그냥 보고 있었는데 이게 속도가 아예 줄지 않고 그냥 부딪히고 부딪히고 하더라고요."
활주로 끝단을 지나친 항공기는 200여 미터 앞에 있던 4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딪힌 뒤 폭발했습니다.
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착륙하는 항공기의 진로를 안내하기 위한 방위각 시설, '로컬라이저'였습니다.
메이데이 선언 후 불과 4분 만에 벌어진 참사.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습니다.
생존자는 꼬리 부분에 타고 있던 승무원 2명뿐이었습니다.
[김인규/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4년 12월 30일)]
"마지막 단계에서 그 둔덕에 부딪히면서 굉장히 큰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걸 넘어서면서 동체가 동강이 나면서 바로 화재가 발생하고요."
탑승객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여행을 떠난 평범한 이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희생자 유족]
"아니기를 바랐죠. 딸하고 사위를 한꺼번에 잃어..."
[희생자 유족]
"우리 아들 어떡하냐고. 살려내, 살려내."
대학에 합격한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가족들도,
[희생자 유족]
"인하대 가려고 합격해 놓은 상태고, 작은 애는 이제 고1 입학하는데 사고가 났어."
엄마아빠와 함께 크리스마스 여행을 떠난 초등학생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했고,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이배/제주항공 대표이사 (2024년 12월 29일)]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저희 제주항공은 빠른 사고 수습과 탑승자 가족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 전남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오늘 0시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보냈습니다.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 (2024년 12월 29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정부 수반의 대행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송구한 마음입니다. 피해 수습,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습니다."
참사 현장이 보이는 활주로 철조망 밖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국화와 손 편지가 놓였습니다.
[김샛별/합동분향소 추모객]
"같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 아이들이 어찌 됐든 간에 너무 뜻하지 않게 빠른 길로 가게 되었으니 그거에 대한 마음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게오르크 슈미트/주한독일대사]
"여행을 떠나거나 사랑하는 이를 공항에서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말 여행이 이런 비극이 된 것에 연민과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 발생 1주일.
어젯밤, 동체 꼬리 부분에 대한 3차 수색이 끝나며 수색 작업은 마무리됐습니다.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 절차를 마친 일부 유가족들은 장례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할 핵심 열쇠가 될 블랙박스가 일부 훼손이 된 상태여서 분석에는 수개월이 소요될 걸로 예상됩니다.
[주종완/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1월 1일)]
"파손된 비행기록장치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미 교통안전위원회와 협조를 통해 미국으로 이동하여 분석하는 방안을 오늘 합의하였고. 현재 시점에서는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 예단하기가 곤란하고요."
■ 조류 충돌과 콘크리트 '로컬라이저'
◀ VCR ▶
질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오상민/사고 목격자]
"육안으로 봤을 때는 한 50이나 100미터 정도 떨어져서 새 떼를 피해가려고 하는 모습. 근데 새 떼가 상당히 넓게 분포돼 있었어요."
그리고 왜 피해가 커졌는지입니다.
[데이비드 리어마운트/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 편집자]
"그렇게 딱딱한 것이 박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합니다. 저런 종류의 구조물은 저기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제주항공 참사의 1차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 즉 조류 충돌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습니다.
[유경수/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 (2024년 12월 30일)]
"조종사가 조류 충돌이라고 언급을 하면서 비상 선언을 하고 복행을 하겠다고."
무안공항 주변에는 무안저수지와 무안목포해안 등 철새 도래지 4곳이 있습니다.
운항 편수 대비 조류 충돌 비율이 국내 공항 중 가장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7일 전 발생한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
[기장 - 관제탑 교신음성]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아메리칸 1722편, 엔진 작동 불능..."
새가 빨려 들어가 엔진이 멈췄지만, 196명을 태운 여객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인명피해도 없었습니다.
2019년 갈매기 떼와 충돌한 우랄항공 여객기는 옥수수밭에 동체착륙을 했지만, 역시 230명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습니다.
그래서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 착륙이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점입니다.
1차 착륙을 시도할 때만 해도 제주항공 여객기의 바퀴가 내려와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랜딩기어는 엔진에 문제가 생겨도 작동되도록 2중 3중으로 보완 장치가 돼 있습니다.
[이근영/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MBC 뉴스특보, 2024년 12월 29일)]
"엔진에 조류 충돌이 있어서 엔진이 정지된다고 하더라도, 랜딩기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유압 시스템이 3개가 있기 때문에 그중에 하나만 작동돼도 랜딩기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 통상입니다."
2차 착륙 때 랜딩기어를 다시 내릴 여유조차 없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었을 가능성과, 기체에 문제가 생겨 통제 불능에 빠졌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정윤식/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랜딩기어'하고 '플랩(고양력장치)'도 내리지 않고 했다는 거죠. 바로 돌아서 내렸잖아요. 절차 중에 비행기를 바로 돌아서 내리는 절차는 없어요. 정말 급해서 죽거나 아니면 한 명이라도 살리거나 하는 절차예요."
그래서 제주항공의 무리한 운항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고 여객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 대만 등 6개국을 무려 13차례나 오간 걸로 확인됐습니다.
시간에 쫓겨 정비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항공기 정비와 관련해선 양보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김이배/제주항공 대표이사 (2024년 12월 31일)]
"저희가 19년에 정비사 숫자가 540명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당 12.0명이었는데요. 지금은 41대 기준으로 대당 12.6명입니다. 국토부에도 대당 기준이 있습니다. 12명, 12명 이렇게 돼 있는데요. 그 기준도 충족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동체 착륙 시도는 안정적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조종석 창문 안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있던 조종사의 모습이 모습이 보입니다.
[마르코 챈/영국 버킹엄셔 뉴 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
"조종사들은 초반 터치다운(착륙)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매끄러웠습니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이어질 만한 특별히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터치다운(착륙)은 괜찮았지만 비행기의 속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벽에 부딪혔습니다."
문제는 활주로 넘어 설치돼있던 로컬라이저였습니다.
항공기의 착륙을 유도하는 로컬라이저, 방위각 시설은 흙으로 덮혀 마치 둔덕처럼 보였지만, 내부에는 폭 30cm인 19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42미터에 걸쳐 박혀 있었고, 그 위에는 역시 콘크리트로 만든 세로 4.2미터, 두께 30센티미터의 상판이 얹혀 있었습니다.
공항안전규정에는 "공항 내 구조물은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국토부는 해당 시설이 종단안전구역 바깥에 설치돼 있어, 규정상으론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김홍락/국토교통부 공항정책관 (2024년 12월 31일)]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으니까 저희는 그 재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서 콘크리트 지지대를 갖다가 받친 거거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정의 문장만 지켰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사고가 난 무안공항 활주로의 종단 안전구역은 199미터로, 국제민간항공기구와 미국연방항공청 기준보다 짧았습니다.
[데이비드 수시/전 미국 연방항공청 안전검사관]
"공항은 비행기가 랜딩기어 없이도 착륙할 수 있도록, 그리고 활주로를 벗어난 잔디밭에는 장애물이나 장벽이 없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활주로 양 끝 쪽에 장애물이 없어야 합니다. 이번의 경우,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왜 콘크리트 구조물이 바로 그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사고 6개월 전, 공항공사도 안전구역을 더 길게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엄밀하게 사고 원인을 따져봐야 할 때, 인터넷에선 음모론이 퍼졌습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번 참사가 무속인과 관계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비상계엄 당시 "내란 지시를 받은 블랙요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계획된 테러라는 주장까지 내놨습니다.
[유튜버]
"이번 사건은 계획 테러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렇게 제보를 해왔습니다. 무안공항처럼 널널한 곳은 언제든지 원할 때 터뜨릴 기폭제들을 여기저기 설치할 수 있다."
기장과 부기장이 여성이었다는 허위 게시글에는 여성 혐오 댓글 수백 개가 달렸고, '보상금을 받아 횡재했다'는 등의 유가족을 향한 조롱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박한신/유가족협의회 대표 - 딸 통화 (2024년 12월 31일)]
"<아빠 그거 꼭 해야 돼 대표…?> 왜 악성댓글 많이 달렸냐? <안 하면 안 돼?> 왜 뭐라고 나왔어? <막… 사기꾼이라 그러고…> 울지 말고 얘기해. <가짜라고… 너무… 마음이 아파…> 그놈들이 뭐라 해도 아빠는 아빠 친동생이잖아. 내 동생이 하늘나라 갔는데 내 동생 때문에 신경 쓰는 거지. 내가 그런 놈들 악성댓글 때문에 내 동생 가는 길을… 할 수 있는 만큼은 아빠가 할 거야 힘들어도. 아빠가 그런 사고를 당했어도 병곤이도 이렇게 똑같이 했어…"
[김윤태/고려대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교수]
"미디어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가 떨어지게 되는 거고 타인에 대한 어떤 혐오 발언들이 더 증가하게 되고 그게 결국 사회 갈등들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우려하고 있고요."
임상재 기자(lims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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