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수 1위 극우 자유당 연정 구성할 가능성도
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유럽 곳곳에서 리더십 위기가 대두하는 가운데 오스트리아에서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결렬되면서 총리가 사의를 밝혔다.
4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국민당과 사회민주당의 연정 구성 협상이 불발되자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네함머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오늘 협상이 끝났고 국민당은 협상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총리와 국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질서 있는 이양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총리는 그러면서 사회민주당 내 "파괴적인 세력이 우위를 차지했다"라며 국민당은 경제 경쟁력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정책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안드레아스 바블러 사회민주당 대표는 협상을 종료하기로 한 국민당의 결정에 대해 유감이라며 "우리 나라를 위해 좋은 결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양당 간 협상에서는 이전 정부가 남긴 적자 문제 등이 주요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2년간 경기 침체를 겪었고 실업률도 증가 추세에 있다. 재정 적자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7%로 유럽연합(EU) 기준인 3%를 넘는다.
작년 9월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극우 성향 자유당이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주요 정당들이 자유당과 협력을 거부하면서 자유당을 제외하고 2위인 국민당과 3위인 사회민주당이 연정을 구성했다.
그러나 상원에서 국민당과 사회민주당의 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을 단 1석 차로 겨우 넘기는 상황이라 연정은 처음부터 불안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오스트리아 의회 |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당과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 사이의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네함머 총리가 물러난 이후 가능한 선택지로는 다수당인 자유당이 연정을 구성하거나 조기 총선 실시하는 것 등 두 가지가 언급된다.
국민당의 차기 대표는 누가 되든 자유당과의 협력을 계속 배제해온 네함머 총리보다는 자유당과의 연정에 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 총선 실시의 경우는 오스트리아 선거법상 오는 5월 이전에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작다는 변수가 있다.
이번 오스트리아 연정 협상 결렬은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부상하고 있지만 여러 정당이 이들과 손을 잡기를 꺼리면서 안정적인 정부 구성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반영한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현재 EU 회원국 중 4분의 3은 중도 우파 정당이 이끌고 있거나 적어도 우파 정당이 한 개는 포함된 연립 정부가 집권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정당인 프랑스 국민연합(RN)이나 독일대안당(AfD), 이탈리아형제들(Fdl)이 크게 도약했다.
동시에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는 정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 붕괴해 내달 조기 총선을 치르고 프랑스는 지난달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가결로 미셸 바르니에 총리 내각이 해산됐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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