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우리가 관저 문 열겠다" 행진
경찰 2700명 현장 배치… 큰 충돌 피해
한남대교~관저 앞 종일 교통정체 극심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 보수단체의 응원 집회 현장 옆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이 탄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심현철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처음 이뤄진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일대는 전국 각지에서 새벽부터 몰려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사실상 마비됐다. 5시간 30분 만에 체포조가 발걸음을 돌린 뒤엔 "우리가 직접 관저로 들어가 체포하겠다"는 진보단체의 행진이 시작되며, 온종일 긴장감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차량이 관저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이날 오전 6시 15분쯤이었다.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관저 인근을 지키던 대통령 지지자들은 술렁였다. 이들은 "우리가 대통령님을 지켜야 한다"며 '육탄방어' 결의를 다졌다. 경기 이천에 사는 임모(60)씨는 "어젯밤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총결집령'을 본 뒤 세 시간 자고 왔다"며 "몸을 던져서라도 체포를 막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날밤 한 보수단체 채팅방에는 "내일 공수처가 새벽에 기습진입한다고 한다"며 "오전 6시까지 한남동으로 이동해 자리를 지켜달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A(28)씨는 "영장 집행 소식에 부산에서 자정에 버스를 타고 새벽 3시 50분에 터미널에 내려 한남동까지 걸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날 관저 일대에 기동대 45개 부대 2,700여 명을 배치하고 버스 135대로 약 1㎞ 구간 차벽을 세우는 등 도로 통제와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전날까진 없었던 '방패'를 든 모습도 보였다. 관저 입구로 향하는 바리케이드도 2중에서 5중으로 늘었고 관저 입구 기준으로 양옆으로 약 400m 길이의 보행로가 차단됐다.
삼엄한 경비 덕에 큰 충돌은 없었지만, 새벽부터 곳곳에선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이 이른 아침부터 관저 입구에서 100m 떨어진 지점의 육교 통행을 막아서자 대통령 지지자들은 "왜 통행을 막냐"며 욕설을 내뱉었다. 인근 골목에서는 지지자 무리가 손에 쥔 태극기와 성조기 깃대로 한 언론사 차량을 내리치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6일까지 관저 지키겠다" "당장 체포하라"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뒤 투입됐던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공조수사본부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체포영장 집행은 5시간 30분 반 만인 오후 1시 30분쯤 실패로 끝났지만, 한남동 일대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오후에는 진보단체가 '즉각 체포'를 촉구하는 행진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등 1,500개 시민단체로 꾸린 퇴진비상행동은 오후 4시쯤부터 "수사기관이 못 들어간다면 우리가 들어가겠다"며 한강진역 부근에서 관저 쪽으로 걸어 내려오며 "윤석열 체포하라"를 외쳤다. 행진 중 단체가 차로에 주저앉자 경찰은 "신고되지 않은 곳에서 도로를 불법점거해 집회하고 있다"면서 수차례 해산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최 측 추산 3,000명(경찰 비공식 추산 1,000명)은 관저에서 100m 떨어진 지점에서 철야집회에 들어갔다. 체포 불발 소식을 듣고 나왔다는 정문희(52)씨는 "대통령이 국민들을 반으로 쪼개놔서 시민들이 서로 악에 받혀서 싸운다"며 "죄가 없으면 조사받으러 가서 없다고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정모(25)씨도 "찔리는 게 많으니 저 안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지지자들도 질세라 꿈쩍 않고 관저 인근을 지켰다. 체포 인력이 철수하자 "우리가 이겼다" "불법체포 영장무효"라고 환호하더니 이내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관저 방향의 길목을 막아섰다. 일부는 길 한복판에 매트를 깔고 아예 주저앉아 대통령 사수 의지를 드러냈다. 이윤허(81)씨는 "그놈들이 또 올 것"이라며 "불법 체포영장이니 경호처가 공수처 애들을 잡아버리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70)씨도 "계엄은 대통령이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성향 단체들은 관저에서 200m 떨어진 한남대로에서 오전 6시부터 하루 종일 철야 집회를 벌이고 있다. 주최 측 추산 10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1만1,000명)이 집결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대로에서 관저 방향으로 차량들이 줄지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강지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 수천 명과 집회·행진 인파 탓에 관저 인근은 온종일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오전 7시쯤부터 저녁 6시까지 한남대교 남단~한강진역 부근 약 2.5㎞ 구간에서 차량 행렬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수준(시속 5~6㎞)을 유지했다. 경찰이 차벽으로 2개 차로를 통제해 1개 차로만 차량 통행이 허용되면서, 출퇴근길 시민들은 차도 한가운데에서 버스나 택시에서 승하차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