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신건강 컨트롤타워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계엄·제주항공...연이은 사건에 충격
가족 잃은 유족·현장인력은 물론
국민들도 대리외상 문제 심각
제때 치료 안 하면 고통 더 커져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계엄·제주항공...연이은 사건에 충격
가족 잃은 유족·현장인력은 물론
국민들도 대리외상 문제 심각
제때 치료 안 하면 고통 더 커져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이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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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고 충격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잇따르며 국민이 자칫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릴 위험에 빠졌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최근 반복된 사건·사고로 인해 국민 트라우마가 2중, 3중으로 누적될 위험성이 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심 센터장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내가 아프다’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스스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누구나 큰 자극을 접하면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 이를 잘 파악한다면 덜 당황하게 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센터장은 “계엄·탄핵 사태와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일지라도, 모두 트라우마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며 “트라우마는 산술적으로 누적된다. 국민 심리 회복 지원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다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사건·사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바이캐리어스(Vicarious) 트라우마’로 불리는 일반 국민·재난대응인력의 ‘대리 외상’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심 센터장은 정신과 전문의로 국내 최초로 재난심리전담반을 조직했다. 국립서울병원 심리위기지원단을 모태로 2018년 개소한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 정신건강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전국의 재난 정신건강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한 번 겪게 된 트라우마에서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에 또 다른 충격이 발생했을 때 묻어뒀던 기억까지 활성환된다.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되살아나면 심리적 고통은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심 센터장은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심리 진정을 위해 △추가 자극을 받지 않을 것 △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 방식을 만드는 등 스스로 익숙한 환경을 조성할 것 △자극으로 인해 고통이 나타날 경우 전문가에게 상담받아볼 것 등을 권했다.
뉴스도 객관적 사실을 얻는 목적으로만 보고, 자극적인 영상이나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안내하는 유튜브 채널 시청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심 센터장은 “사건 초반에는 유족의 심리 지원에 집중해야 하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난 이후엔 재난대응인력과 해당 사건으로 간접적인 충격을 받은 국민에 대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에게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유족뿐만 아니라 관계자, 현장 대응 인력에 대해서도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국민 역시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에서 본인의 상태를 진단하거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심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제주항공 참사는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위해 발로 뛰는 소방관, 경찰, 군인, 의료진 등 재난대응인력의 대리 외상 문제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재난대응인력의 경우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업무 중 트라우마가 누적될 위험성이 높아 지속적으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심 센터장의 지적이다.
심 센터장은 “재난대응인력은 본인이 트라우마 고위험군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며 “참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 요청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료들의 비극을 지켜본 항공산업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사고 수습의 책임감이나 사회적 비난으로 조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4년 재난대응인력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재난대응인력은 일반인보다 불안감이나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1.5~2배에 달했다. 한 소방관은 “여러 사회적 재난을 겪으며 느낀 점은 무력감”이라며 “유사한 사고가 나면 2차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일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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