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9 (목)

“다수당 날치기 입법 어떻게 막냐고?”…미국·프랑스에 정답 있다는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권력분산 제도화한 선진국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 제도를 둘러싼 개헌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사례가 프랑스와 미국이다. 미국은 대통령제의 본산지이면서 삼권분립에 의한 상호 견제가 명확하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눠 권한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국의 양원제와 프랑스의 결선투표제는 한국에 도입할 만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미국 의회는 단원제인 한국과 달리 상원과 하원으로 구분돼 있다. 법안 심사 등 주요 의사결정을 두 단계에 걸쳐 하는 구조다. 하원에서 무리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상원에서 이를 부결할 수 있다. 독단적 입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시스템이 의회 내부에 구축돼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다수당의 날치기나 직권상정보다는 의원 간 의견 수렴과 갈등 조정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상·하원을 한 당이 장악하는 경우가 드물어 특정 정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의 권한 자체는 한국 이상으로 강하지만, 입법부와 사법부에서 이를 강하게 견제하면서 균형점을 찾으려 한다. 가령 대통령이 발동하는 행정명령은 법률과 마찬가지로 구속력이 있지만 법원이 판결을 통해 무효화할 수 있다. 한국은 대법관 임기가 6년이지만,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대법관이 정치적 압박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게 하기 위한 장치다.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지만 상원에서 인준을 받는 식으로 견제가 이뤄지기도 한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한국보다 더 강하지만 그 권한을 함부로 휘두를 수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견제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미 의회 의사당 [사진 = 연합뉴스]


프랑스가 도입한 결선투표제도 개헌 대안으로 자주 꼽힌다.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만 놓고 다시 한번 투표하는 제도다. 극단주의 정당 집권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정당에서 후보가 출마해 표가 분산되면 소수의 극렬 지지자에 의해 극단주의 정당 후보가 적은 득표율로도 당선될 수 있는데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이 같은 가능성이 줄어든다. 선거 과정에서 정당 간 연대를 활성화해 협치를 이끌어낸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윤 교수는 “결선투표 과정에서 다른 후보의 표를 끌어오기 위해 선거연합이 발생하는데 장기적 협치를 위한 구조적 틀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했다. 선거를 두 번 치르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유권자로서는 2차 투표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후보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은 문제다.

프랑스 정치 시스템은 이원집정부제로, 반(半)대통령제라고도 한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반씩 채택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 분담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가 내치를, 대통령이 외치를 담당한다. 국내 정책에서는 총리의 결정권이 대통령보다 오히려 강하다. 한국도 국무총리가 있지만, 대통령 보좌에 그치고 정책 결정권은 거의 없어서 대통령에게 내·외치 권한이 집중돼 있다.

총리는 통상 다수당에서 임명되는데,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당이면 대통령 권한이 세지는 결과를 낳고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갈등이 극대화되기도 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프랑스 제도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대통령이 윤석열이고 총리가 이재명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만 정쟁을 줄일 수 있는 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 해산권을, 의회는 내각 불신임권을 갖는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의회는 총리를 불신임하면서 정국이 대혼돈에 빠져들기도 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외치와 내치를 나눠 맡는 것은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자유무역협정(FTA)은 국내 경제와 밀접한 사안이지만 외국과의 교섭이 기반이기 때문에 구분이 모호하다.

제도마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우리나라 정치 문제를 개헌이라는 제도 개선을 통해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김 교수는 “문제 원인은 제도라기보다 그걸 운용하는 사람”이라며 “제도마다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한쪽을 우리나라가 차용해야 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