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110조·111조 적용 예외' 영장에 명시
경호처 압수수색 방어 논리 깨진 것으로 풀이
법조계 시선 갈려 "위법 소지" vs "효력 담보"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법원이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제110조 등의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취지 내용을 담은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형소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 111조는 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의 경우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 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수색의 대상자와 수색을 허가할 책임자가 윤 대통령으로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법원이 영장 실효성을 담보할 장치를 고심 끝에 마련했다는 평가가 있다. 반대로 향후 본안 재판에서 영장의 위법성이 문제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경호처 방패 깨져…'형소법 조항 예외' 영장 적시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31일 새벽 내란 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해당 영장의 경우 형소법 110조와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적시했다.해당 조항은 군사상 비밀(110조)을 요하는 장소나 공무상 비밀(111조)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때 그 장소의 책임자나 공무소·감독관공서의 승낙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간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안가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막으면서 이 조항들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실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이후에도 경호처는 "영장 집행과 관련해 적법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반발을 암시했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불법이자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과 권한쟁의를 신청한 상태다.
공수처가 연일 경호처를 상대로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법원이 영장에 '형소법 110조·111조 적용 제외'를 명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전날 출근길에 "오는 6일 영장 유효기간 내에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다"라며 "(경호처에) 공문을 보내 직권남용과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리케이드나 철문 등을 잠그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자체가 공무집행방해 행위"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경호처의 방어 논리를 무력화한 영장을 쥐고 강하게 경호처 압박에 나선 것이다.
尹 측 강경 반발…법조계 "위법 소지" vs "영장 효력 담보 차원"
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12월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주사파 척결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판사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불법 무효로서 사법 신뢰를 침해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판사가 영장을 발부할 때 법 조항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발한 것이다. 윤 변호사는 "대법원은 진상조사를 해 사실일 경우 즉각 영장담당판사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해석은 엇갈린다. 우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수색 자체가 헌정사 초유의 일이기 때문에 관련 영장도 이전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있다. 통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의 책임자(승낙권자)와 수색 대상자가 다른 사람이겠지만, 이번 수사는 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수색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 예외적인 조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역 소재 법원 형사부 부장판사는 "(수색) 승낙권자가 자기 자신에 대한 수색을 실질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판사가 영장에 담으려 했던 것 같다"며 "다만 법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표현이 거칠어 위법성 오해를 살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다른 법조인은 "증거물 수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영장 집행에 불응할 경우 소재 파악 등에 필요한 수색영장으로 알고 있다"며 "체포영장의 효력을 담보하려는 취지로 해당 문구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군사법원법 124조를 보면 병영 등에 있는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 시 그 병영의 장이 지체 없이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면서도 "이 조항은 군사재판 적용 조항이다. 일반 형사재판까지 차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관저가 1급 군사보안시설로 분류되긴 하지만 일반 형사재판에 적용될 수 없는 법 논리를 끌어다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일 향후 본안 재판에서 영장의 위법성이 문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을 체포·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가 전부 위법수집증거로 몰려 증거능력을 잃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고서야 판사가 아니라 대법원장도 법 조항 자체의 효력을 멈출 수는 없다"며 "불법적인 영장 발부이며 차후에 무효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CBS노컷뉴스는 '제주항공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합니다.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