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록장치, 미국 보내 분석키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인 1일 전남 무안공항 사고현장 인근에서 경찰과 소방의 현장 수색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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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가 참사 직전 활주로 반대 방향(19번 활주로)으로 착륙을 시도한 건 조종사와 관제사의 합의사항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길이가 짧고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던 19번 활주로로 착륙해야 했던 긴박한 사정이 무엇인지가 향후 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음성기록장치(CVR)는 이르면 3일 본격적 분석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나, 비행기록장치(FDR) 국내에서 분석이 어려워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최종 원인을 밝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조종사와 관제사 교신 일부 공개
국토교통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참사 직전 관제사와 조종사가 교신한 내역을 일부 공개했다.
국토부는 조종사가 사고 당일 오전 8시59분 조류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비상상황)’을 선언하고 복행(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하는 것)을 시도하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고 했다. 당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음을 인지한 관제사가 가장 가까운 방향인 ‘19번 활주로’를 안내했고, 조종사도 동의해 오전 9시1분 19번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사고 당일 브리핑에선 조종사의 판단인지, 관제사의 지시인지 알려지진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19번 활주로로 착륙하는데 조종사와 관제탑이 상호 합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라며 “9시1분 착륙 허가가 난 이후에도 양측의 교신이 있었던 것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의도와 수신이 원활치 않아 조종사와 관제사가 정상적으로 (소통이) 이루어졌는지는 사고 조사를 거쳐 정확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사고기가 활주로 가용거리가 1번(2800m)보다 300m 짧은 19번 활주로로 내렸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과 원인이 무엇인지가 밝혀져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19번 활주로 끝에는 콘크리트 둔덕형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가 있었다. 사고기가 한쪽 엔진이 이상을 보인 상태에서 두번째 엔진까지 이상이 생겼는지,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원인 등에 관해 향후 조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비행기록 담긴 블랙박스, 미국 보내기로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적 근거를 제고할 블랙박스 장치는 음성의 경우 이틀 뒤면 분석을 시작할 수 있지만 비행기록 분석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협조를 통해 미국으로 이동해 분석하는 방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FDR의 전원부와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커넥터’ 부분이 파손돼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다만 FDR에 저장된 데이터가 훼손됐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랙박스의 다른 한 부응분인 음성기록장치는 곧 분석이 시작된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는 CVR에서 음성 데이터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이를 음성 파일로 변환하는 중이다. 변환 작업은 이르면 오는 3일 마무리하고 분석 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CVR에서 복원된 음성 파일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가 끝난 후에야 일반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종사와 관제탑의 교신 기록은 항공기 사고조사의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라며 “불필요한 추측을 막기 위해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합동조사팀은 공항 내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31일에 이어 현장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팀은 한국 조사위 12명과 미국 조사팀 10명(연방항공청 1명·교통안전위원회 3명·항공기 제작사 및 보잉사 6명) 등 22명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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