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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제주항공 참사] 해외 전문가들 "특이 공항설계 많이 봤지만 최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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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항공안전 전문가들, 활주로 끝 콘크리트 구조물이 피해 키웠을 가능성 주목

"활주로 근처에는 충돌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조류충돌을 사고 주원인으로 보기도 어려워"

연합뉴스

사고 여객기와 부서진 로컬라이저
(무안=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보이고 있다. 2024.12.31 handbrother@yna.co.kr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김용래 기자 =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해외의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공항 활주로 끝 근처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는 지적에 힘을 실었다.

30일(현지시간)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 기사에 따르면 WP와의 인터뷰에 응한 미국 비영리 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은 "이것은 매우 복잡한 사고"라며 "조사관들이 파악해야 할 많은 요소가 결부돼 있다"고 말했다.

샤히디 회장은 "(공항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다"며 "조사관들은 이런 구조물이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예를 들어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의) 충돌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의, 아마도 전부가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기가 랜딩기어와 플랩(고양력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착지가 최선의 수준으로 이뤄졌고 동체착륙 뒤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동안에도 동체에 심각한 손상도 입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착륙 그 자체가 아니고, 동체가 활주로 끝단 바로 너머에 있는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런 콘크리트 구조물은 흔치 않다"면서 "보통 활주로가 끝나는 곳에 벽을 세우진 않는다"고 말했다.

48년 경력의 베테랑 파일럿인 크리스 킹스우드도 대동소이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항공기는 비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가볍게 제작되기 때문에 강한 구조물이 아니라면서 "어떤 종류의 구조물이라도 (충돌 시) 동체는 산산조각 날 수 있고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활주로에서 일정 거리에 있는 장애물은 항공기와 충돌 시 부서져야 한다"면서 "그런 벽이 없었다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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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충돌로 파손된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
(무안=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2024.12.30 dwise@yna.co.kr


전직 항공기 파일럿 더그 모스는 WP에 공항의 레이아웃(배치)이 참사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주로를 완전히 평평하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도 많이 봤다고 소개했지만 "이번 것은 최악(this one takes the cake)"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스는 또 "너무 빨리 착륙했다"며 "그들은 체크리스트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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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활주로에 남겨진 동체 착륙 흔적
(무안=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후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흔적과 잔해가 남아 있다. 2024.12.30 xanadu@yna.co.kr


같은 매체와 인터뷰한 항공 안전 컨설턴트 존 콕스는 "사고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파일럿들이 어느 정도 통제력을 유지했음을 시사한다"며 "그들은 활주로에 훌륭하게 착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기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사고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랜딩기어(착륙용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원인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었다.

에어라인뉴스의 제프리 토머스 편집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드 스트라이크는 드문 일이 아니며, 랜딩기어 문제도 마찬가지"라면서 "버드 스트라이크는 매우 자주 일어나지만 대체로 그것만으로 항공기 참사를 유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소냐 브라운 박사도 조류 충돌로 인해 이처럼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큰 사고가 일어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조류 충돌은 아주 흔한 일이기에 현대의 항공기 설계에는 이미 그런 조건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유압식으로 작동되는 랜딩기어의 고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랜딩기어의 전자 제어가) 실패하더라도, 유압시스템 없이 중력에 의해 랜딩기어가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박사는 아울러 비행기 날개에 있는 플랩과 슬랫 등 비행통제장치 역시 이중의 유압식 구조로 돼 있기에 작동이 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개의 독립된 유압시스템을 조류 충돌이 동시에 마비시킨다는 것은 매우 희박한 일"이라면서 "이 사고에는 이보다 더 많은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섬왈트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전 의장은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장으로서 10년 동안 (사고기와 같은 계열인) 보잉 737 계열 항공기를 조종했는데 랜딩 기어는 (파일럿이 수동으로) 내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진짜 질문은 여기서 일이 어떤 수순으로 전개됐냐는 것"이라며 "랜딩 기어는 정상적인 수단을 통해, 수동으로 작동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랜딩 기어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섬왈트 전 의장은 "조종석 음성 녹음 장치를 판독할 수 있다면 그것이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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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보도한 미국 신문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집중 보도한 30일(현지시간)자 미국 조간신문들. 2024.12.31 jhcho@yna.co.kr


jhcho@yna.co.kr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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