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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이스라엘, 문화유산에도 '만행'…레바논 고대유적 묻지마식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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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기반시설 9∼11월 공격 때 최소 24곳 파괴·일부손상

남부 '수천년 마을' 초토화…폭탄 압력 탓 안보이는 손상도 우려

연합뉴스

레바논 발벡의 로마 유적지 인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간의 전쟁으로 인류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레바논의 문화유산들이 다수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유적지 근처에서 발생한 폭발이 고대 구조물을 약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상'을 입혔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추가 피해를 우려했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레바논 문화보존단체 빌라디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확대한 지난 9월부터 휴전이 이뤄진 11월 사이에 레바논에 가한 공격으로 최소 9곳의 문화유적지가 완전히 파괴됐고, 15곳은 심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손상됐다고 밝혔다.

빌라디가 멸실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평가한 문화유적은 모스크 3곳, 종교 성지 1곳,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옥 3채, 시장 1곳, 로마 성벽 1곳이다.

동지중해의 고대 문명 교차점에 위치한 레바논은 페니키아,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로마의 유적은 물론 중세 기독교 십자군의 유적까지 품고 있는데, 폭격 영향으로 인한 내부 손상도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베이루트 사무소는 로마 유적으로 유명한 남부 해안도시 티레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유적지 내부에 있던 현대 건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로마 사원과 원형극장 등이 있는 북동부 역사 도시인 발벡의 경우, 원격 감지에서 세계문화유산의 피해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근처 프랑스 위임통치 건물과 오스만 제국 건물 등 인근의 여러 구조물은 피해를 보았다고 전했다.

영국 더럼대에서 고고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그레이엄 필립은 헤즈볼라나 이스라엘 군대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그랬던 것처럼 고의로 유산을 파괴하려고 했다"고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엄청난 양의 폭탄이 투하되고 있기 때문에" 어쨌든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웨스트잉글랜드대 리사 몰 교수는 '보이지 않는 손상'도 큰 위험이라면서 당장은 아무것도 파괴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돌은 폭발의 압력으로 부식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의 영향을 받은 리비아와 예멘 고고학 유적에서 일한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타격을 받은 지 10년 이내에 더 많은 구조적 붕괴가 따라왔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레바논 티레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레바논 문화유산이 보존 위기를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5년에 시작돼 15년간 지속된 격렬한 내전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저장고 대폭발로 많은 유산이 파괴됐다.

레바논 문화부의 유물 담당 국장 사르키스 쿠리는 가장 고통스러운 손실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 레바논 남부의 40여개 마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마을들의 역사적 기억이 완전하고 체계적으로 파괴된 것이 가장 큰 피해"라며 "올리브나무와 고대 유적이 있는 마을은 레바논의 영혼인데 그것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마을 중 다수는 역사가 수천년간 이어져 왔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티레 로마 유적지 등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습을 받는 레바논 내 34개 문화유산을 '임시 강화 보호'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 유산이 군사적 공격 대상이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 수준을 높이라는 조치를 어겼다고 해서 책임을 지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스라엘군은 유적지 보호 조치와 관련한 FT의 질의에 "민간 인프라에 과도한 피해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군사적 필요성에 의해서만 공격한다"면서 민감한 구조물 근처에서 공습하는 경우에는 승인 절차가 있다고 밝혔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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