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서 국회 봉쇄·정치인 수거 등 내용 확인
국정농단 사건도 '안종범 업무수첩' 핵심 증거 활용
형소법상 진술서 인정 주목…검찰도 전면 검토할 듯
[서울=뉴시스] 계엄 회동 주도 및 계엄 기획 비선으로 의심되는 노상원 전 정보 사령관 사진.(사진=엑스 옛 트위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의 '비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국회 봉쇄, 정치인·언론인·노조 수거(체포), 북한 공격 유도, 사살 등의 단어가 확인되면서 수사기관의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수괴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내란실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이른바 '노상원 계엄 수첩'이 핵심 관계자들의 혐의 규명을 위한 주요 증거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의 '안종범 업무수첩' 등 권력형 범죄 수사 과정에서도 핵심 관계자들의 수첩은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로 활용된 바 있다. 검찰과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해당 수첩을 직접 작성했는지, 수첩 작성에 누가 관여했는지 등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서 국회 봉쇄, 정치인·언론인·판사 등에 대한 광범위한 체포 계획, 북한 공격 유도 등의 단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을 긴급체포하면서 경기 안산 자택에서 60~70페이지 분량의 수첩과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바 있다. 이후 특수단은 24일 노 전 사령관을 내란실행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비상계엄과 관련된 핵심 단어들이 적시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노 전 사령관 신병을 넘겨받은 검찰도 이번 수사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수첩에 대한 후속조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정농단 사건도 '안종범 업무수첩'이 스모킹건…대법 "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 내용 증거 인정"
핵심 피의자·피고인의 수첩이나 메모 등은 과거 권력형 범죄 수사 과정에서도 핵심 증거로 채택돼왔다. 8년 전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이 스모킹건이 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의 업무지시,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개별 면담에서 나눈 대화를 안 전 수석에게 불러준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들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해 각기 다른 판단을 내놨었다.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논쟁은 2019년 8월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일부 인정'하면서 사그라들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직접 지시한 내용만 증거로 인정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안종범 업무수첩 중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항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작성자인 안 전 수석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경우이므로 진술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단은 2021년 1월 대법원 3부가 검찰의 재상고를 기각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 및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그대로 유지됐다.
[서울=뉴시스]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사진=뉴시스 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노상원 수첩, 증거능력 위해서는 진술서 인정 필요…직접 작성 여부 등 밝혀야
노상원 계엄 수첩, 안종범 업무수첩 같은 수첩·메모가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가 정한 '진술서'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직접 쓴 것으로 증명(진정성립)됐고 내용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면 수첩·메모 등도 진술서로서 증거 채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은 진술서의 작성자가 진정성립을 부인할 경우 감정, 디지털 포렌식 등의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을 증명하면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정했다.
한 형사소송법 전문가는 "수첩에 집중해서 보면 작성자가 누구인지, 즉 수첩을 누가 썼는지에 따라서 적용되는 법 규정이 달라진다. 또 작성된 내용이 본인 생각을 쓴 건지, 다른 사람이 진술하는 걸 받아썼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며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면 형사소송법에 따른 진술서가 되고, 다른 사람 진술을 받아 쓴 내용이면 진술기재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 또한 "안종범 수첩 같은 경우에는 워낙 핵심 인물로 파악이 됐던 사안인데, 이번 노상원 수첩은 작성자가 노 전 사령관인지, 언제, 어떻게, 왜 작성됐는지 등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결국 진정성립이 아직 안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안종범 수첩 수준의 스모킹건으로 인정받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검찰이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게 된 만큼 진정성립이 되는 지부터 밝혀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노 전 사령관이 계업 수첩을 직접 작성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특수단은 노 전 사령관이 해당 수첩 작성 여부를 인정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안종범 업무수첩과 비교해보면 이번 노상원 계엄 수첩은 분량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안종범 업무수첩의 경우 총 63권에 달하는데, 노상원 계엄 수첩은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수첩 60~70페이지에 걸쳐 계엄 관련 내용이 적혀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던 안 전 수석과 달리 윤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 사이에 명확한 접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노 전 사령관 사건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6일 노 전 사령관을 첫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이 경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기에 검찰이 수첩 및 관련 자료들을 처음부터 검토해 체포조 운영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