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대학교수 123명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한 가운데, 대학가에서 이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윤석열퇴진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지난 26일에서 27일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 모임(자유교수모임)'이 발표한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교수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해당 교수 연구실 등에 붙이며 항의의 뜻을 전했다.
먼저 서강대 학생들이 지난 26일 저녁 서울 마포 서강대 리치과학관에 있는 신운섭 화학과 교수 연구실 앞을 찾아 '교수님의 의견,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작성자인 서강대 기계공학과 노경배 씨는 "'정의를 실천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랑과 믿음을 갖춘 전인교육'이라는 서강대 교육이념에 위배되는 교수님의 시국선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윤석열이 12월 3일 자행한 친위 쿠데타,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을 투입하는 행위가 우리의 교육이념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저는 반국가세력도, 종북세력도 아니다. 그저 아직까지도 반성 없는 태도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는 윤석열, 하루 빨리 저 자리에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강대 학생 중 한 명"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에 "교수님께서도 응원해주시고 동참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 서강대학생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교수 연구실에 비판대자보를 붙인 뒤 추모꽃다발을 들고 있다. ⓒ윤석열퇴진전국대학생시국회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세대 학생들도 27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교수님, 더 이상 추해지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연세대에서는 양준모 경제학과 교수, 류석춘 전 사회학과 교수 등이 자유교수모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작성자인 연세대 사학과 범서연 씨는 "민주화의 역사로, 저항하는 지식인의 이름으로 자랑스러워야 할 학교를 선배 교수님들이 이렇게 모독하는 것은 도저히 볼 수 없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됐다"며 계엄 선포 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단지 총을 든 군인들의 앞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고, 이유를 알지도 못하고 '반국가세력'"으로 몰릴까 두려웠다"고 썼다.
이어 "내란과 외환의 죄를 동시에 저지르고도 아직도 대통령 관저를 쓰고 있는 파렴치한은 대통령으로 인정하실 수 있나?"라며 "교수님들에게 학자로서의 자긍심은 있긴 있나? 당신께 남아있는 양심과 자존심, 그 모든 것에 부쳐 호소한다. 부디 탄핵 반대 성명을 철회해 주시라"고 촉구했다.
▲ 연세대 중앙도서관에 부착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교수 비판 대자보. ⓒ프레시안(최용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화여대 학생들도 27일 이화여대 법학관에 있는 최원목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구실 앞을 찾아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자보를 붙였다.
작성자인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 이진 씨는 "내란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에,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소속 최원목 교수님의 성함이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화여대 학생들은 커다란 충격과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자들의 정당한 목소리가 '반국가세력'이라 매도당하는 학교에서 저희는 공부하고 싶지 않다"며 "정말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고자 하신다면, 지금이라도 교수님의 (변화된) 입장을 밝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 이화여대 학생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최원목 교수 연구실에 비판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서 자유교수모임은 지난 23일 시국선언에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 내에서 합법적으로 행사"됐다며 "국회의 탄핵소추야말로 국권을 뒤흔들고 나라를 패망시키려는 반(反)대한민국적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