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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경제는 정치와 분리? 공허해진 외침” 결국 초유의 환율·증시 대위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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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장들 “경제는 정치와 분리될 수…”

한덕수 탄핵 터지자 속절 없이 무너진 원화

환율 뛰는 순간마다 뒤에는 늘 여야 다툼이

헤럴드경제

계엄·탄핵 등 정치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환율이 1500원대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사진은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훌쩍 넘긴 모습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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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제적 요인으로 발생한 혼란은 건전한 경제시스템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는 정치와 분리해서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김병환 금융위원장 “경제정책이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 집행된다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정기간 지속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헤럴드경제=홍태화·정태일 기자] ‘경제를 정치와 분리’

비상계엄 여파로 한국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경제 수장들은 이 같은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코스피 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늘 뒤에는 정치 리스크가 있었다. 한국의 경제 시스템이 아직 굳건히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27일 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향해 탄핵안을 발의하던 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0원을 훌쩍 넘어섰고, 코스피지수는 장중 2400선이 붕괴됐다. 경제 수장들의 외침에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한국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비상 사태로 치닫고 있다. 계엄이 해제되고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돼도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커지면서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 폭탄 맞으며 불타는 원화…금융위기 이후 최악
2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12월 3일부터 27일까지 원화 가치는 정치적 사건을 폭탄처럼 맞으면서 불타왔다. 환율은 지난 3일 오후까지 1400원 선 부근에서 등락하다가, 3일 밤 야간 거래에서 급등해 장중 한 때 1442.0원까지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환율은 1410원대에서 움직였으나 9일 다시 143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일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며 불확실성이 증폭된 탓이다.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으나 환율은 안정되지 못하고 1430원대에서 움직였다.

지난 19일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까지 가세하면서 상승세를 키웠다. 당시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그 전 거래일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으로 집계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환율 상황에 치명상을 입힌 건 또 다시 정치였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 대상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27일 환율은 이에 오전 11시 34분께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장 중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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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3~19일은 야간 거래 포함,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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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생각 없는 극한대립, 정치 불확실성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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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의결정족수에 대한 설명(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력하게항의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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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경제를 삼키는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상초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여야 극한대립은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에 대한 책임도 떠넘기기 바쁘다. 여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추진으로 경제 불안이 가중됐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여당이 사실상 동조한 ‘내란 상태’의 지속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맞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마자 외환시장이 요동친다”며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소추로 대외 신인도가 저하됐으나, 한 권한대행의 노력으로 미국·일본 등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고 대외 신인도를 제대로 방어했다”며 “그런데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로 다시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내란 비호 세력의 탄핵 방해로 가뜩이나 힘든 민생 경제가 아예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국민 성명에서도 “내란세력 준동이 불확실성을 극대화한 상황에서 내란 진압이 경제위기 극복, 민생 회복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간 치열한 대립 상황이 계속되면서 일단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만은 멈춰달라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요구도 무위로 돌아갔다.

결국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됐다.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 직무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됐다.

“경제와 정치 분리…” 공허해진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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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단 외환당국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써서라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투자자들을 향해 대한민국 경제는 정치와 분리될 수 있다고 연신 외치고 있다.

관건은 시장이 이 같은 외침 정반대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환율은 물론 코스피 지수도 최악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가뜩이나 추락한 국내 증시가 정치 사태로 외국인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4.90포인트(1.02%) 내린 2404.77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약 2149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725억원, 1152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분기(10~12월) 외국인 순매도액은 11조3910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 한 달간 2조2380억원을 팔았다. 12월 주춤하던 외국인 매도세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건 비상계엄 이후부터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부터 전날까지 3조300억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떠났다. 4분기부터 시작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외국인의 ‘셀 코리아’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국내 증시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가하며 코스피 지수를 2500선 아래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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